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권 도전에 함께할 지도부 인사를 속전속결로 단행하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8·18 전당대회 당일 이해식 비서실장과 조승래 수석대변인을 임명했고, 이튿날에는 김윤덕 사무총장·진성준 정책위의장 유임과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 선임을 결정했다.
이중 교체설이 나왔던 진 의장의 유임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진 의장은 이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띄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유예 및 완화론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일극체제 비판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소통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전략적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론 추진을 위한 실무작업 지휘 등 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에서 핵심 참모 역할을 할 것으로 꼽히는 자리다.
이 대표측 관계자는 2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1기 지도부 때와 강조하는 바가 다르지 않다”며 “각자의 소신이 있으면 소신대로 의견 개진을 하되 치열한 논의 끝에 우리 당의 의사가 정해지면 그것을 따라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이는 당 대표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유임된 진 의장에게 ‘정무보다 원칙을 따져달라’며 격려한 것에 대해선 “이 역시 이 대표가 항상 해왔던 말”이라며 “당내에 주류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해서 그걸 따라가지 말고, 의견이 있으면 모두 꺼내 놓고 토론하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뿐 아니라 모든 논의를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며 “유임은 이 대표가 진 의장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지 다른 뜻이 아니다”라고 했다.
친명계(친이재명)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 진 의장의 유임은 “이 대표의 소통 의지가 담긴 결과”라고 평가한다. 한 민주당 친명계 인사는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이를 대표가 듣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인선”이라며 “교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진 의장 본인이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유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견과 갈등은 다른 뜻”이라며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소통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조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대권 주자 이 대표가 주요 과제인 외연확장과 당내 계파통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 의장은 친명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인사다. 조승래 수석대변인 역시 전임 정부 출신으로 계파색이 옅다. 이 대표는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 등 남은 지도부 인선에서도 계파 안배를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의 포용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인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가 85% 득표율로 당선이 됐다고는 하지만 당 안팎에는 여전히 친명과 비명의 경계가 있다”며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외연확장을 실현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