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CI [한국무역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세계 5위권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일본이 최근 기업들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기반으로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 GX)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일본 배출권거래제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GX 전략의 핵심 목표로 ‘경제성장’을 내걸고 탈탄소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투자 촉진책 등을 잇따라 발표해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GX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 및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를 시행 중이다.
먼저 탈탄소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탄소 다배출 산업을 중심으로 배출저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항공·시멘트·전기 발전·가스·석유·펄프 및 제지·해상운송 등 9개의 업종을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선정하고 이들 산업의 저탄소 전환 활동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전환금융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그린철강·그린화학 등을 자국내 생산 촉진이 필요한 전략분야로 선정해, 연구개발·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생산단계에도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철강·그린화학 분야는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향후 10년간 법인세의 최대 40%까지 공제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배출권거래제 분야에서도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를 표방하는 등 기업 지원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 중심으로 이루어진 주요국의 배출권거래제와는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기업규모나 탄소배출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유럽연합(EU)이나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와 달리 일본은 배출권거래 참가 여부를 기업 스스로가 결정한다. 아울러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와 탈퇴가 보장되며, 감축목표 역시 기업이 직접 설정한다. 기업이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은 없으며, 적극 참여하는 기업에는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이 제공된다.
보고서는 “일본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것이 자사의 경쟁력 강화와 비즈니스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법적인 강제성이 없음에도 2023년 10월부터 시행된 배출권거래제에 도요타도쿄전력 등 약 747개의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이 일본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장현숙 무역협회 그린전환팀장은 “우리나라도 탄소배출 저감에 노력하는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과 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탄소중립 지향점을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 달성이라는 ‘규제’에서 벗어나 산업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일관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