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의 미덕,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하는 힘[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가장 재밌는 드라마는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다. 현실적이면서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고구마’ 없는 ‘사이다’다.

드라마 방영시간이 올림픽과 월드컵 시즌과 겹치면 제작진은 걱정할 수밖에 없다. 공백기에 드라마 흐름이 끊길까봐서다. 하지만 ‘굿파트너’는 3주 만의 컴백에도 ‘맥’이 끊어지기는커녕 7회 시청률이 무려 전국 17.7%(닐슨코리아)로 올해 SBS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고공행진중이다.

‘굿파트너’의 호황을 이끈 일등공신은 이혼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작가의 디테일한 에피소드가 구축된 극본이다. 그 다음은 장나라(차은경 변호사 역)와 남지현(한유리 변호사 역), 두 배우가 각자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며 각자의 시선에서 보게 하는 힘을 제공한다.

변호사가 중심이 된 법정드라마는 소송을 의뢰받은 변호사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춘다. ‘굿파트너’의 이혼 소송도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사안을 일방적인 시선이 아니라 각자의 시선에서 좀 더 다각도에서 바라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면서도 중심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 이는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로도 연결된다.

3회에서 폭력남편을 둔 아내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고 돌아간다. “왜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이혼을 못하는 걸까요? 이렇게들 용기가 없나”(한유리 변호사)

“용기가 없는 게 아니라 무서운 걸 수도 있어요. 사람은 아무리 강해도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 하거든”(정우진 변호사)

초반부터 이혼에 대해 시청자에게 좀 더 현실적인 학습을 시켜준다. 이어 남편 지승현(김지상)의 불륜으로 인한 장나라 이혼소송건도 일방적으로 교훈을 주고 마무리되는 게 아니다. 각자의 시선에서, 특히 양가적 감정을 가지게 만들 때도 있다.

이혼 소송 베테랑 ‘스타 변호사’ 차은경은 자신의 이혼소송건을 신참 변호사 한유리에게 맡긴다. 두 사람의 캐릭터는 냉정과 열정 사이에 있다. 냉정한 차은경은 한유리에게 “사건 회전율 높일 생각 좀 하세요”, “변호사도 서비스업이야. 판단은 판사가 해요”라고 말한다. 쓸데 없는 데 감정 소모하지 말라는 투다.

하지만 의뢰인의 이익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차은경이 한유리에게 “네 알량한 사명감, 같잖은 정의감 나 그거 좋아. 한변이 내 사건 맡아”라면서 제안을 한 것은 각자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했다는 의미다. 차은경은 열정 쪽으로 조금 더 와야 하고, 한유리는 냉정쪽으로 좀 더 와야 한다. 이런 진행의 과정에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연기 앙상블이 흥미롭다. 이건 ‘굿파트너’의 독특한 관전포인트이기도 하다.

차은경은 딸 김재희(유나)의 양육권을 두고 김지상(지승현)과 대립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남편 불륜녀 최사라(한재이)의 임신은 새 국면을 예고했다.

차은경은 오직 직장 일에만 매진했다. 오죽하면 한 직원이 내가 로펌 소유자면 소유자 조카인 정우진(김준한)이 아닌 차변에게 물려주겠다고 할 정도로 프로페셔널이다. 하지만 차은경이 막상 남편으로부터 뒤통수를 맞고 이혼 소송에 접어들면서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그는 회사 일에 열중하느라 딸과의 시간을 놓쳤다. 여느 드라마에서는 장나라 100% 선(善), 지승현 100% 악(惡)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린다.

“엄마, 이제 와서 좋은 엄마인 척 하지 말고 나에게도 생각할 시간 좀 줘. 나에게도 선택권이 있잖아”(딸 김재희)

차은경은 뒤늦게라도 딸과의 시간보내기 등 잃었던 시간을 만회해보려고 학교에 빵을 보내고 재희를 위해 브레지어를 사주는 등 엄마 노릇을 해봤지만, “노 와이어만 입는다”며 환불해달라고 한다.

차은경이 어린 딸을 챙기지 못했던 그 시간, 그 역할을 재희의 아빠인 김지상이 어느 정도 해내고 있었다. 김지상도 이렇게 바쁜 여자로 인해 외롭기도 하고 지쳐가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아내가 일에 빠져 있다고 남편들이 바람을 피우지는 않는다. 그것은 불륜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굿파트너’는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미덕이 있다. ‘부모의 자격’(6회) ‘엄마라는 이름으로’(7회) 등 소제목들이 그렇게 생각을 유도하는 주제들이다.

7회에서 과거 한유리 아빠의 상간녀이자, 차은경의 의뢰인이었던 김희라(이진희)가 차은경과 한유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에 찾아오게 해, 각각 대화하는 장면도 조금씩 시선을 달리해 바라보게 되는 묘미가 있다. 물론 장나라가 여전히 금전을 목적으로 협박하려고 온 유리 아빠 상간녀에게 “좀 꺼지실래요”라고 말하며 사이다 복수로 끝나지만.

‘굿파트너’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하면서도 유쾌한 웃음과 따스한 감동을 놓치지 않는 전개로 호평받고 있다. 중심을 굳건히 잡은 채로 다각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은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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