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정부의 계속된 복귀 호소에도 하반기 전공의 지원이 극히 저조하게 마무리된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들의 대체 인력으로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 움직임에 정권 퇴진 운동을 언급하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현황. 강조 표시는 필수의료 과목. [자료=김예지 의원실·보건복지부] |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진행된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에서 필수의료료 분류되는 6개 과목 지원자는 6명에 그쳤다. 특히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4개 과목은 지원자가 전무했다. 다른 필수의료 과목은 ▷산부인과(2명) ▷내과(4명)에서 일부 지원이 이뤄졌다.
이밖에 추가모집에서 지원자가 접수된 과목은 ▷가정의학과(3명) ▷정형외과(3명) ▷영상의학과(2명) ▷마취통증의학과(1명)이다. 그러나 기존 모집 인원을 합치더라도 하반기 전체 전공의 지원자는 125명에 그쳐, 전체 모집인원(7645명)의 1.6%에 그친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없자 지난달 하반기 모집을 진행하며 ‘수련 특례’ 등을 내걸었다.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상관 없이 행정 처분을 하지 않고, 사직 후 오는 9월 수련에 재응시하면 1년 이내 같은 과목·연차 수련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유화책에도 전공의 지원이 104명에 그치자 정부가 모집기간을 2주가량 연장했지만 되려 지원자는 줄었다. 각 수련병원은 이달 중 합격자를 결정해 내달 1일부터 하반기 수련을 개시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길을 건너고 있다. [연합] |
정치권에서는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으로 의사를 보조하는 PA 간호사를 지목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오래 전부터 암묵적으로 PA 간호사가 수술, 처치, 처방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해왔다. 의료 공백 상황에서 PA 간호사 업무가 수 개월째 가중되고 있는만큼 합법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앞서 정부가 앞으로 수련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 인력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각에선 PA 간호사 인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이번 전공의 이탈을 계기로 PA 합법화를 담은 간호사법 제정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는 지난 13일 회동을 갖고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등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간호사들이 응급환자에 약물을 투여하거나 수술을 보조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PA 간호사법이 통과되면 이같은 업무가 더욱 명확하게 규정되고 보상 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
그러나 의료계는 간호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통과 시 정권 퇴진 운동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목요일 22일까지 국회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간호법 등 의료 악법 진행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호법 입법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정권 퇴진 운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예지 의원은 “정부는 속히 사회적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여 응급진료 등 공백이 생겨서 환자들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의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