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필리핀 중앙은행.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필리핀 중앙은행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국가 중 누가 먼저 인하 대열에 동참할 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필리핀 중앙은행이 약 4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투자자들은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도 인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 중앙은행(BSP)이 1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6.25%로 책정했다. 약 4년 만의 깜짝 인하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우리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말까지 1%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결정을 고려하긴 했지만 다는 아니다”고 밝혔다. 엘리 레몰로나 주니어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인 2~4% 이내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카멜 ING 아시아 태평양 연구 책임자는 “(이번 필리핀 중앙은행의) 결정은 다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앙은행들이 이제 비슷한 조치를 고려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한국과 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지 주목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경제학자들은 한국 내수 위축, 부실채권 증가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발판을 마련돼 금리 인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줄리아나 리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8월 우리의 기대에 어긋나더라도 최소한 10월에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적인 선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탄 앤 척은 태국은행이 올해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높은 중앙은행으로 판단했다. 그는 “기준금리 이하로 성장하는 (태국)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환경은 민간 소비를 위축시켰고, 소비자 물가는 여전히 미온적이어서 바트화 환율 인상과 함께 기준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올해 비둘기파로 돌아설 수 있다. 싱가포르 금융그룹 OCBC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라바냐 벤카테스와란은 “필리핀 중앙은행과 같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은행은 인도네시아로, 올해 4분기 0.5%포인트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이번달에 아시아 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으로 봤다. 브라이언 탄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필리핀 중앙은행의 결정을 (다른 중앙은행들이) 바로 따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오는 22일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WSJ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아시아 중앙은행 정책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0.25% 인하하면 아시아 중앙은행이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며 “내수가 우려되는 한국과 태국 같은 경제에 (금리 인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