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은퇴 후 닥치는 재무적 리스크 5가지

성공적인 은퇴 준비를 위해서는 은퇴 후 삶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은퇴자들이 이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재무적으로도 은퇴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딴판이다. 은퇴 이후 맞닥뜨리게 되는 재무적 리스크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첫째, 소득의 단절로 금융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은퇴란 월급과 같은 정기적인 소득의 단절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3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50~59세 연평균 근로소득이 5908만원이지만 60세 이상 되면 절반도 채 안되는 2171만원으로 급감한다. 반면 재산소득은 50~59세 447만원 수준이나 60세 이상은 644만원으로 다소 증가하는 모습이다. 은퇴 이전에는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이고 현금자산이 몇 억원 있고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은퇴 이후에는 매월 얼마의 현금흐름이 있는 지가 훨씬 중요하다.

둘째, 은퇴 이후 30~40년 간의 물가상승 리스크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은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전에는 월 200만원이면 넉넉했지만 이제는 월 3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에서 실시하는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월 생활비가 2011년 184만원 수준이었던 것이 10년 후인 2021년에는 277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속도라면 2041년에는 417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은퇴 이후에는 자녀의 독립 등으로 필요한 생활비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물가 상승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셋째, 인지 능력의 저하에 따른 재무관리 리스크다. 건강하게 주어진 수명을 누릴 수 있다면 좋지만 예상치 못한 치매 등의 질병으로 인지 능력을 급격하게 잃을 수 있다. 최근 만난 일본 퇴직연금 전문가는 일본 사회에서 치매 노인이 급증하여 이들의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사용하게 할 것인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째, 예상보다 오래 살아서 은퇴 자산이 고갈될 수 있는 장수 리스크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은퇴 자산 3억원을 60세에 은퇴해서 9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고 이를 나눠서 생활비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치자. 3억원을 360개월로 나눠 매월 83만원을 인출해 썼다. 그런데 예상했던 90세에도 여전히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은퇴 설계를 하면서 자신의 수명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끝으로 은퇴 이후 자산운용에 관련된 시퀀스(수익률 순서) 리스크다. 만약 3억원의 은퇴 자산에서 매년 300만원씩 인출해 사용하는 A, B 두 명의 은퇴자가 있다고 치자. A는 5년간 수익률 순서가 20%,9%,5%,-1%,-6% 였다. B는 이와 정반대로 -6%,-1%,5%,9%,20%였다. 5년 뒤 남은 자산을 보면 A는 2억3000만원에 이르지만 B는 1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5년간 평균 수익률은 같고 단지 수익률 순서만 다른 데 은퇴 자산의 잔존 가치는 크게 차이가 난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은퇴자산에서 지속적으로 인출해 쓰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큰 은퇴 초기에 크게 손실나지 않거나 충분한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은퇴 자산의 고갈을 늦출 수 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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