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잘 알려진 ‘노조 천국’이다. 기업의 노조조직률이 65%에 달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크다. 노조 덕에 좌파인 사회민주당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고, 상당수 기업이 산별 교섭 결과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노조이지만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정부 정책에 무턱대고 반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는 1990년대 국가가 부도 직전까지 갔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당시 노조와 좌파 정부는 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으로 스웨덴을 ‘복지 천국’으로 만들었다. 일례로 1980년대 기업은 이익의 절반을, 근로자는 소득의 8할을 세금으로 냈다. 여기에 부유세, 최고세율 70%의 상속세까지 부과했다. 그 결과 스웨덴 자본은 국외로 빠져나갔고,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무너졌다. 1990년대 초 성장률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10%대로 치솟으며 경제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다만 스웨덴은 위기를 계기로 노동·재정 분야 개혁에 나섰다. 자유로운 해고 등 고용유연성을 높였고, 살인적인 세율도 낮췄다. 부유세와 상속세는 아예 없앴다. 과감한 개혁 이후 스웨덴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고, 그 과정에서 노조가 대승적으로 협조했다. 스웨덴 노조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 노조는 어떤가. 노조조직률이 13% 수준에 불과하나, 그 영향력은 스웨덴 못지않게 크다. 다만 스웨덴과 달리 우리나라 노조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고 국가 경제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
조선소의 심장인 도크를 불법 점거하고 파업함으로써 선박 건조를 지연시킨 조선사 노조, 사장실을 점거하고 집기를 파손한 완성차사 노조, 협력업체 노조의 동반 파업을 유도해 아파트 공사를 지연시킨 건설사 노조 등 불법파업에 따른 피해는 부지기수다.
더욱이 지난 정부에서 해고자와 실업자에게 노조 가입을 허용해 주면서 노사간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선진국에서 제도화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 기업의 대항권이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
또한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도 할 수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국회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한국이 노조 천국이라 불러 마땅하다.
강성노조의 습관성 불법파업이 이어지고, 친노조 입법의 완결판까지 등장하면서 국내기업들은 해외 생산시설을 확대하거나 아예 생산 기반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강성노조가 두려워 국내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있다. 노조 리스크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를 해외로 내쫓고 있는 셈이다.
주요국들은 4차 산업혁명 등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조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50개 주(州) 중 절반 이상이 노조 가입 및 조합비 납부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권 법을 시행하고 있고, 스웨덴마저도 자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다양한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답은 명확하다. 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경제도 살고 노조도 사는 법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