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조세’ 존속기한 최대 10년·신설 타당성 평가 도입

최상목(오른쪽 세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회의에서 현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CNG 유가연동보조금을 10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

정부가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출국납부금 등 ‘준조세’로 불리는 부담금에 대한 존속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의무화하고, 부담금 신설 시 타당성 평가를 거치도록 한다. 또,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조세지출과 재정지출 간 연계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부담금 관리체계 강화 및 조세·재정지출 연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담금 신설시 타당성 평가…존속기한도 ‘10년’=정부는 먼저 부담금과 관련해 신설 타당성 평가를 도입기로 했다. 부담금을 새로 만들 필요성을 엄격히 심사할 수 있도록 객관적·중립적인 조사·연구기관의 사전평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판례 등을 고려해 부담금 정의에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 있는 자’를 추가해 부과 대상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통상 부담금이 부과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부담금별 최대 10년의 존속 기한을 설정해 주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현재는 신설 또는 부과 대상 확대 시 존속 기한 설정이 의무지만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고쳐 앞으로 모든 부담금에 존속 기한 설정을 의무화하고 예외 규정을 삭제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민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현재 부담금 관련 2021∼2023년 연평균 180여건의 심판·소송이 제기되는데 평균 처리 기간은 심판 231일, 소송 299일로 긴 편이다. 이에 정부는 쟁송 이전 분조위를 통해 신속히 권리를 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 등을 거쳐 10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3월 정부는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통해 32개 부담금을 폐지·감면해 연간 2조원 수준의 국민 부담을 경감하기로 했다. ‘전력기금부담금’, ‘출국납부금’(관광기금) 등 12개 부담금에 대한 감면사항은 지난 5월 시행령 개정을 거쳐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에 학교 신설 수요 감소에도 분양사업자에게 지속 부과(공동주택 기준 분양가격의 0.8%) 중인 ‘학교용지부담금’과 여객운송사업자에게 부과(여객운임의 2.9%)하는 ‘운항관리자 비용부담금’,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관람료의 3%)과 ‘출국납부금 내 국제질병퇴치기금’(1000원) 등 총 18개 부담금도 폐지된다.

이 밖에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따른 정책목적 달성, 부과 실효성·실적 미흡 등으로 부과 타당성이 낮아진 ‘도로 손괴자에 대한 원인자부담금’, ‘연초경작지원 등의 사업을 위한 출연금’ 등 13개 부담금도 사라진다.

▶조세·재정간 유사·중복지출 정비…통합심층평가 도입=정부는 조세지출과 재정지출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해 국가 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조세지출예산서와 재정지출계획은 서로 다른 분류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분야별 직접 비교가 어려웠고 재정과 조세를 아우르는 전체 정부 지출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예산 편성이나 조세 특례 검토 과정에서도 유사·중복 지출 사전검토가 어려워 동일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원의 중복 지원 가능성이 높았다.

이 탓에 국회예산정책처도 “조세지출예산서와 예산안·국가재정운용계획 간 연계 강화를 위해 세출예산정보와 조세지출을 비교 가능하도록 분류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며 “조세지출예산서에 예산과 달리 세분화된 분류가 어려울 경우 유사 목적의 재정지출을 기재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올 연말까지 현재 16대 분야로 나뉘어진 조세지출 분류도 재정지출과 같이 12대 분야로 조세 및 재정지출을 통일 관리할 계획이다.

지금까진 조세지출예산서가 3년 16대 분야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반면 재정지출계획은 5년 12대 분야로 마련됐지만 앞으로는 조세지출예산서의 작성 시기도 5년 단위로 확대해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의 지표를 중기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조세지출 데이터를 입력·연계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디브레인을 통해 재정정보를 통합 산출·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각 분야별로 자원의 중복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각 부처 지출 요구 시 유사·중복지출 제출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내년 3월까지 조세·재정지출 통합심층평가도 도입한다. 현재는 조세지출과 재정지출의 심층평가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유사·중복 정비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대상으로 통합 평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이 조세와 재정지출의 중복을 제거함으로써 세수 부족 상황에서 예산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예산 심사 시에도 보다 쉽게 조세와 재정지출을 비교할 수 있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조세지출은 재정지출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지속가능한 재정 확립 측면에서도 통합관리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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