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진짜 문제는 플라스틱이 아니야 [북적book적]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바다거북.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 여성 해양생물학자가 어쩔 줄 몰라하는 바다거북의 코에서 조심스럽게 빨대를 끄집어내는 영상은 단기간 조회수 1억100만회를 기록했다. 그는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기다란 플라스틱 빨대를 카메라 가까이 비추는데,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그 자체로 강력한 잔상을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젠켄베르스 자연사박물관이 방문자들에게 가장 끔찍한 환경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답했다. 어디서든 보고 접하는 플라스틱 문제는 다른 환경 관련 주제들에 비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분명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물학자인 카트린 뵈닝게제와 저널리스트 프리데리케 바우어는 신간 ‘종의 소멸’에서 생물다양성을 가장 많이 파괴하는 주요 원인으로 ‘무분별한 토양 이용’과 ‘과도한 동식물 이용’을 꼽는다. 플라스틱이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에 엄청난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플라스틱만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도전은 아니라는 의미다.

인간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지표면을 바꿨다. 농업용 면적이 무자비하게 늘었고, 숲은 지나치게 벌목됐다. 집·도로·다리·철도·공장이 끊임없이 들어섰다. 독일 카를스루에 있는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개발한 지도를 보면, 단 60년 만에 전 세계 토지의 3분의 1이 어떤 형태로든 변했다.

그런데 개발은 어디에서나 똑같이 이뤄지지 않았다. 글로벌 노스(Global North·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는 대략 2006년 이후부터 개발을 멈췄지만,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북반구의 저위도나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는 지금도 계속해서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아프리카 케냐에는 숲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불과 50년 사이 인구가 600만명에서 560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토양 부식이 일어났고, 땅의 1~2%만이 숲으로 추정될 지경에 이르렀다. 라틴아메리카 페루를 찍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 사진을 보면, 우림 한 중간에 거대한 ‘금빛 물줄기’가 보일 정도다. 금을 채굴하려고 팠다가 물이 채워진 구덩이들이다. 옛 동독, 콜롬비아, 미국, 베트남에선 마치 달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버려진 탄광을 볼 수 있다.

페루의 우림에는 지나친 금 채굴로 인해 만들어진 구덩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위성 사진에서조차 선명하게 눈에 띈다. [미국 항공우주국]
무분별한 바다에서의 남획. [게티이미지코리아]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인간이 생물 종의 번식 속도보다 더 빨리 그들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무자비한 어획이다. 어망은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리는데, 이때 게와 불가사리 등 다른 많은 해양 동물이 함께 딸려 올라온다. 일부는 갑판에서 죽고, 나머지는 인간에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다시 바다로 던져진다. 인간이 바다에서 사냥을 할 때는 이처럼 인정사정없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두 저자는 “매년 600조톤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연자원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40여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수치”라며 “추세가 이어진다면, 곧 숲의 황폐화와 맞물려 동물과 식물의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동식물 멸종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수 십년 내 지구 상의 동식물 약 800만종 가운데 100만종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략 77년 후에는 더 이상 우림이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바다는 이미 21세기 중반에 텅텅 빌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계산은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지만, 이런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종의 소멸/카트린 뵈닝게제·프리데리케 바우어 지음/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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