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21일 '정직 2년 징계'의 무효를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이 각하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목사는 2019년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에 이어 출교 처분까지 받은 바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2년 정직 징계를 받은 이동환 목사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부장 김형철)는 21일 이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 재판위원회 판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에 필요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소송 내용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시키는 행위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각하 판결을 내리면서 예외적으로 본안에 대한 판단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축복식 진행 사실이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에 객관적으로 포섭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2019년 인천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축복식을 진행했다. 이 목사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20년 10월 재판위원회를 열고 교리와장정 일반재판법 제3조 제8항을 근거로 2년 정직 징계를 내렸다. 이 목사에 대한 징계는 총회 재판위원회를 거쳐 2022년 10월 최종 확정됐다. 해당 조항은 2015년 개정된 내용으로 마약, 도박과 더불어 동성애 찬성·동조를 정직·면직·출교 이유로 삼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목사는 대한기독교감리회의 이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이 목사)의 구체적인 권리 및 법률관계 분쟁을 전제로 하지 않아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종교의 자유 등을 이유로 종교단체 내부 사항에 대해 판결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국민으로서 권리 의무, 법률 관계 분쟁이 있을 경우에만 개입 가능하다. 1심 재판부는 이 목사의 경우 소송을 통해 구제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2년 정직 기간이 만료했고, 생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손해배상 청구 등 구체적인 권리를 구하지는 않았다”며 “정직 이후 후속 출교 조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해 별도로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으므로 (이번 소송이) 직접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소를 각하하면서도 예외적으로 본안에 대한 판단을 덧붙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징계 내용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동성애 찬성·동조를 징계 사유로 정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재판법에 대해 “헌법상 보호 받아야 할 기본권이 지양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종교단체의 조직·운영은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종합적으로 볼때 처벌 규정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처벌 규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판단을 차치하더라도 축복식 진행이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에 객관적으로 포섭될 수 있다고 판단해 결과적으로 정직이 위법·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선고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할 의사를 밝혔다. 이 목사는 “제가 받은 징계는 감리회 내부의 판례가 됐다”며 “올해 서울 퀴어퍼레이드 축복식에 참석한 감리회 목사 6명이 또 다시 동성애 찬성·동조로 고발됐다. 저의 징계를 이용해 구성원을 처벌하고 있지만 이를 긍정적인 선례로 바꾸어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이 목사가 별도로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고 제기한 소송에서는 이와 다른 판결이 나왔다. 이 목사는 지난해 12월 동성애 찬성·동조, 교회 모함 등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일반재판위원회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았다. 이 목사측은 출교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출교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11민사부는 지난해 7월 무효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출교 효력을 멈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판위원회 효력 유무와 관련해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한다”며 “채권자(이 목사)로서 절차상·실체상 하자가 있는지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 출교 처분까지 한 것이 비례의 원칙이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