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주범 오명 끝” 골칫거리 냉매, 이젠 공기로 만든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공기 활용 냉각 시스템의 성능과 데이터를 검증하고 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프레온 가스, 수소불화탄소(HFC)등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냉매 대신 공기를 냉매로 활용하는 냉동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올해 3월 발효된 유럽연합의 ‘불화온실가스(F-gas) 규제 개정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불화온실가스가 포함된 제품이 단계적으로 판매 중지되고 불화온실가스를 활용하는 공정의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에어컨, 자동차와 반도체 공정 등에도 불화온실가스가 사용되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공기 냉동 방식에 사용되는 일체형 초고속 컴팬더를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공기 냉각 시스템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개발된 시스템을 사용하면 공기를 냉매로 활용해 영하 60도의 온도환경을 만들 수 있다.

기존 냉동·냉각 시스템에는 주로 증기 압축식 사이클 방식이 사용됐다. 증기 압축식 사이클 방식은 액체 냉매가 증발하면서 열을 흡수해 냉각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구조와 설계가 간단해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불화온실가스를 냉매로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공기를 냉매로 하는 역-브레이튼 사이클의 냉각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액체를 증발시키는 기존 방식과 달리 기체를 압축하고 열교환과 팽창을 거쳐 저온의 기체를 만드는 방식이라 액체 냉매 없이도 냉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 지금까지 냉동 시스템에 적용되지 못했다. 냉각 과정에서 설비가 초고속으로 회전하다보니 압축기, 팽창기를 포함한 기기 간의 간극과 축의 변위 등을 0.1밀리미터 수준으로 정교하게 설계해야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속 컴팬더.[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역-브레이튼 사이클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압축기와 팽창기, 모터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컴팬더 시스템을 고안했다. 여기에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압축기와 팽창기가 각기 최고 효율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공력 설계 기술, 초고속 회전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축계 설계 등 고도의 터보머시너리 설계 기술이 적용됐다.

개발된 컴팬더를 적용한 냉각 시스템은 한 시간 만에 공기를 영하 60도 이하로 냉각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영하 50도 이하의 냉열을 생성할 때는 기존의 증기 압축식 시스템보다 냉동 효율도 더 높다. 이론적으로는 영하 100도까지 냉각이 가능한데 이때의 냉동 효율은 증기 압축식 대비 50% 이상 향상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범준 박사는 “환경 규제로 인해 지구온난화 지수가 높은 냉매를 주로 활용하는 냉동 시스템이 친환경 냉매 사용으로 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현재 영하 100도 이하의 냉열을 생산 수 있도록 성능 개선을 진행하고 있으며 초저온 냉열이 필요한 반도체 공정, 의약, 바이오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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