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호법안, 31개 중 28건 논의도 못했다

국민의힘이 1호 법안으로 발표한 ‘5대 분야 패키지 법안’이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22대 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로 총 31개 법안을 제시했지만 22일 기준 28개 법안은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민의힘은 중점법안 31개 중 24개 법안을 발의했다. 늘봄학교 지원특별법 제정안, 원전산업지원 특별법 제정안,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 국립대병원설치법-서울대병원설치법-국립대치과병원설치법-서울대치과병원설치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은 발의 전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5월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 후 1호 법안으로 ▷저출생 대응 패키지 법안(6개) ▷민생 살리기 패키지 법안(10개) ▷미래산업 육성 패키지 법안(8개) ▷지역균형발전 패키지 법안(3개) ▷의료개혁 패키지 법안(4개) 총 31개의 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중 상임위 법안소위에 회부돼 실질적으로 논의되거나 문턱을 넘은 법안은 3개에 불과했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과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법제화하는 간호법 제정안, 그리고 전세사기 피해자 특별법 등이다. 남은 28개 법안 심사는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때부터 강조한 AI기본법과 단통법 폐지 관련 논의는 전무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2대 국회 들어 3개월 간 18차례나 전체회의를 열며 ‘가장 많이 열린’ 상임위 타이틀을 얻었지만 처리한 법안은 방송4법 뿐이라 ‘성과 제로’라는 비판을 받았다. AI기본법은 인공지능 산업 진흥을 위해 3년마다 AI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 뿐 아니라 ‘딥페이크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고위험 AI에 대한 정의도 명시하고 있다. 서울대 N번방 사건 등 AI 범죄가 날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법안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 주요 사업의 ‘실행’을 위해 필요한 법안도 계류 중이다. 정부는 1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다. 빠른 정비사업의 추진을 위해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전면 개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이는 법 개정 사안이다. 해당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6월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공동발의했지만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지역필수의사제도 도입(지역의료 격차해소 특별법)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한 중소기업의 상속세 면제(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액공제 특례 일몰기한 2030년까지 연장(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법안들이 대기 중이다.

당내에서는 “웰빙정당의 전형”이라는 자성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경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청문회가 열린지 3주가 넘었지만 관련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첫 단추조차 꿰기 않은 셈이다. 정무위는 26~28일 연달아 세 차례의 회의를 조율 중이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고 전해진다.

지도부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 급등락이 반복된 상황에서 굳이 전체회의를 열어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복수 국민의힘 정무위 관계자들은 “지도부의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8월 국회가 통상 결산용으로만 열리고 정부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산적한 것은 맞지만 타 상임위에서 각종 민생 법안이 통과된 것을 보면서 반성해야 할 지점”이라고 짚었다.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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