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폭염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수백 명이 늘어났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8명을 기록했다.
가축 100만마리는 더위를 이기지 못해 폐사했고, 양식 중이던 어류는 1000만마리 이상 죽었다. 정부는 당분간 폭염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폭염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행정안전부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에 따르면 이달 20일 하루에만 모두 98명의 온열진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도 2명이 포함됐다.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2994명(사망 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32명(사망 30명)에 비해 462명이 많았다. 폭염 일수도 20.8일로, 전년 동기(13.7일)에 비해 7.1일 늘었다. 행안부는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고 31도)에 비해 높겠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로 매우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9호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이날 전국 곳곳에 국지적으로 비가 내렸지만, 폭염의 기세를 꺾지는 못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강원 태백과 제주 산지를 제외한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있다.
누적 재산 피해도 연일 급증하고 있다. 올 여름 들어 가축이 폐사한 건수는 100만마리를 넘었고, 양식장 어류 폐사 건수도 신고된 것만 1125만마리에 이른다.
특히 양식 피해는 이달 20일까지 567만여마리였는데, 하루 사이 558만7000마리가 늘어 하루 만에 두 배로 늘었다. 334개 어가에서 조피▷볼락 676만여 마리 ▷강도다리 159만여 마리 ▷넙치 289만여 마리 등이 폐사했다. 행안부는 폭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한 바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 3968명이 비상 근무 중이다. 지자체들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안전확인 27만여 회, 생수 등 온열질환 예방물품 2억여 원어치를 배포했으며, 건설현장 등 야외작업장 점검도 진행중이다.
집중호우, 폭염 등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도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56으로 전월(119.23) 대비 0.3%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6월에 내림세로 돌아섰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올랐다.
특히 농산물(1.5%)과 수산물(2.2%)을 포함한 농림수산물이 전월 대비 1.6% 상승하며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상추(171.4%) ▷오이(98.8%) ▷닭고기(3.8%) 등의 오름세가 컸다. 생산자물가는 1개월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만간 식탁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