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아쉽다”는 용산…물가에 자신감, 내수 진작 ‘방점’ [용산실록]

서울 용산 대통령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대통령실이 지난 2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이미 시장에서는 다음 금통위에서 100% 금리인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느냐”며 “금리결정이 고유권한은 맞지만, 아쉽다는 말을 해도 10월 (한은의)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중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니 선제적 인하로 대응할 수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나중에 정책 실수 얘기도 나올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대통령실의 발언에는 ▷하반기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 ▷한국은행과 가계부채 심각성에 대한 온도차 ▷수요·공급 측면이 충족된 부동산 정책 발표 ▷내수 우려 ▷내주 발표할 추석 민생대책 효과 희석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깔려있다. 대통령실은 금리 동결이 전원일치였다는 점도 의외라는 분위기다.

그동안에도 대통령실은 그동안 물가를 언급하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6월 KBS 일요진단을 통해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 지표인 근원 물가 지표가 최근 안정화하고 있고 다른 국가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 나타난다”며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에도 “농산물 품목별로 차별화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물가는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며 ‘금(金)사과’ 사태 등도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가 상황상 금리인하 여건이 갖춰졌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현재 대통령실의 경제 상황 고민은 내수 부진에 방점이 찍힌 상태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곧 추석 민생 물가 대책이 나오는데 금리 인하까지 이뤄졌다면 시너지를 발휘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연결고리를 싹둑 자른 한은을 향한 일종의 실망감도 느껴진다.

가계부채를 둘러싼 한은과의 인식차도 드러난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가계부채 상승은 수반될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정부가 가지고 있는 지표 상 가계부채는 위험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1분기까지 하락했고, 2분기도 양호한 상황”이라며 “주택담보대출 증가도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수요·공급 측면에서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8·8 부동산 종합대책에서는 공급 중심 방안이 나왔고, 9월부터는 수요관리 체계에 의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8월 가계대출 증가의 경우 내달 시행될 스트레스 DSR를 예상하고 수요가 늘어난 요인이 크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금리동결의 절대적인 이유로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를 언급했는데 (상황이) 그렇지는 않다”며 “금리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나올 줄 알았다”고도 했다. 금통위원 한두명은 소수의견으로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전일 동결결정은 전원 일치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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