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도 한국인처럼”…코로나 전보다 더 팔린다, K-선글라스 [언박싱]

배우 유태오가 출연한 한글안경 ‘서울 컬렉션 성수 블랙’ 화보. 한국인 핏에 맞춘 디자인이다. [한글안경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젠틀몬스터의 ‘저렴이 버전’으로 입소문을 탄 아이웨어 블루엘리펀트가 성수, 홍대, 도산 등 서울 주요 도심 곳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1970년대 클래식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브랜드는 ‘가성비 K-선글라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인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춘 이른바 ‘한국인 핏’ 기반 디자인을 선보이는 K-선글라스 브랜드가 전례없는 전성기를 맞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에서 1~7월 판매된 선글라스 거래액은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 이미 작년의 2배를 넘어섰다. 이런 흐름을 이끄는 건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블루엘리펀트, 래쉬, 한글안경, 젠틀몬스터 등 국산 아이웨어 브랜드다.

면세업계 불황 속에서도 선글라스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신세계면세점의 같은 기간 선글라스 매출(본점 기준)은 전년 대비 50% 늘었다. 리에티, 유앤아이컴퍼니 등 K-선글라스 브랜드들이 디올, 셀린느 같은 명품 브랜드 못지 않은 매출 호조세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블루엘리펀트 플래그십 스토어. [블루엘리펀트 홈페이지]

무신사 관계자는 “시력 교정 기능보다 스타일링에 초점을 맞춘 데일리용 패션 안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후기나 상품 소개 등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쇼룸을 방문한 뒤 무신사 등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엘리펀트는 지난 5~7월 성수, 서울숲, 홍대 매장을 매월 하나씩 개점했다. 여는 곳마다 외국인과 2030세대의 ‘성지’가 되고 있다. 익선, 신용산 등 소위 ‘핫플’로 유명한 곳에 자리 잡은 매장은 소비자의 동선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실제 지난 주말, 기자가 방문한 한남 쇼룸에는 아이와 선글라스를 착용해 보는 중국인 가족부터 일본인 여행객까지 국적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방문객이 있었다. 제품을 착용해보고, 무신사 등 온라인으로 검색한 후 주문하는 한국인도 보였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젠틀몬스터 매장에서 외국인들이 쇼핑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K-선글라스를 주도하는 브랜드는 블랙핑크 제니가 모델인 젠틀몬스터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 매출은 2022년 4100억원에서 지난해 6083억원으로 약 50% 급증했다. 파격적인 매장 디자인을 내세운 젠틀몬스터는 미국, 중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 진출해 현재 매출의 3분의1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1950~60년대 미국식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래쉬도 7월 누적 무신사 거래액이 70% 성장하며 뜨고 있다.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을 패션 안경에 녹인 브랜드 한글안경의 ‘서울 컬렉션’ 등도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무신사에서 단독 발매된 이 상품은 1년 동안 단일 상품으로 6200개 이상 판매됐다.

블루엘리펀트 익선 쇼룸. [블루엘리펀트 홈페이지]

다양한 브랜드의 선전으로 한국의 아이웨어 시장은 지난해 규모가 코로나19 전이었던 2019년을 추월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19년 2조5213억원에서 다음해 2조2398억원으로 위축됐다가 이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2조6218억을 기록했다.

K-선글라스 돌풍도 꾸준하다. 올해 선글라스 시장은 569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아이웨어 시장의 예상 성장률(약 5%)보다 4배 높다.

서수민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K-아이웨이 브랜드들이 K-패션 유행과 더불어 신흥 프리미엄 브랜드의 입지를 만들고 있다”면서 “해외 신규 점포 오픈 및 다채롭게 발전시켜 온 코스메틱 렌즈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앞으로도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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