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손녀 아마라 아자구를 껴안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민주당 대의원들이 비슷한 색의 옷을 통일해서 입은 모습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당 대선 후보직 수락연설을 하는 22일(현지시간)에는 지지자들이 흰색 옷으로 통일해 입었다.
미국 정치에서 여성의 흰색 옷은 상징적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때 여성인권 투쟁의 상징으로 흰색 정장을 입었다. 2020년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여성 참정권 100주년을 지념하는 의미로 흰색 정장을 입었다.
미국에서 여성은 1920년에야 투표할 권리를 가졌다. 당시 여성들이 입은 흰색 옷은 ‘온건하고 순수한 투쟁’을 의미한다. 2020년 카멀라 해리스가 부통령으로 선출됐을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선언에 앞서 흰색 정장을 입은 해리스 부통령이 단상에 올랐다. 여성으로서 미국 역사상 최고위직에 오른 그가 이제는 더 높은 자리에 도전한다.
이날 저녁 열린 전당대회에 참여한 민주당 대의원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흰색 옷으로 코디했다. 바지 정장뿐 아니라, 플로팅 스커트, 몸에 딱 맞는 드레스, 모자, 재킷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이들은 발끝에서부터 머리띠까지 모두 흰색으로 통일된 모습이었다.
마지에 히로노 상원의원도 이날 흰색 옷을 입고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다른 민주당 여성들과 함께 흰색 옷을 입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히로노 의원은 “90년대 이후 모든 전당대회를 다녀봤지만 오늘이 가장 단합된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사람들이 흰색 옷을 입고 있다. [AP] |
해리스는 나흘동안 진행된 전당대회 기간 동안 4가지 색깔의 옷을 착용해달라는 권고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당대회 첫날인 19일은 민주당의 상징인 푸른색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푸른색 옷의 의미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푸른색”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둘째날인 20일엔 미국 성조기에 들어가는 푸른색·붉은색·흰색 옷을 요청했다. DNC는 이를 ‘통합’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DNC는 둘째날 일정의 주제를 ‘미국 미래에 대한 담대한 구상’이라고 밝혔다.
사흘째인 21일의 드레스코드는 당초 자유복이었으나 DNC는 “가급적 핑크색 옷을 착용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면서 핑크색은 낙태권 이슈를 상징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해리스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이 진행될 마지막날의 드레스 코드는 흰색이다. DNC는 특히 ‘흰색 하의에 흰색 진주 목걸이 등으로 포인트를 넣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적시했다. 이어 마지막날의 주제를 ‘우리의 미래를 위해’라고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