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과장. [CBS, 페이스북]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응급실 22군데에 전화를 돌렸지만 받아주지 않았다'라고 최근 겪은 경험을 공개하자 현직 의사가 "헬기 특혜를 받지 못해 섭섭했나"라고 비꼬았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일명 킹메이커라 불리는 김종인이 최근 의료사태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정부를 비난했다"면서 김 전 고문이 전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발언을 공개 비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
당시 김 전 고문은 오른쪽 이마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채 출연했다. 이에 진행자가 뭐냐고 묻자 "어제 새벽에 넘어져서 이마가 깨졌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119 구급대원이) 일으켜 갔는데 응급실 가려고 22군데에 전화했지만 안 받아줬다"라고 했다. 이어 "겨우 내가 옛날에 자주 다니던 병원에 가서 내 신분을 밝히고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아무도 없었다"며 "솔직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결국 응급실서 이마 8㎝가량 꿰맸다고 밝혔다.
양 과장은 김 전 고문이 겪은 일을 두고 "이마 8㎝가 찢어진 것은 환자 개인으로서는 무섭고 공포스러운 경험이지만, 의사에게는 전혀 응급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흉터는 남겠지만 아무 병원에서나 꿰매면 된다"며 "응급의 여부는 환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의사가 결정한다"라고 덧붙였다.
양 과장은 응급실 22곳이 받아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마가 8㎝ 찢어진 환자가 응급실로 왔다고 가정해보자"라며 "의사는 일단 지혈하면서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동시에 의식 상태 여부를 확인하고, 뇌출혈 감별을 위해 CT를 찍는다. 만약 뇌출혈이었다면 진짜 응급이 된다"고 했다. 이어 "뇌출혈은 출혈량이나 의식 정도에 따라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정밀 관찰이 필요하다. 중환자실과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필요하지만 (전화 한)22곳의 병원에서는 중환자실과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없었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뇌출혈이 나오면 전원이 매우 어렵다. 거기다 혹시나 전원이 나빠져 사망했다고 언론이 떠들면, 위험을 무릅쓰고 받아준 병원까지 각종 소송에 시달린다"라며 "애초부터 조금이라도 위험한 환자(흉통, 외상, 심혈관질환, 자살시도자 등)는 안 받는 게, 환자는 위험할지 모르지만 병원으로서는 안전하다"라고 주장했다.
양 과장은 그러면서 "'내 신분을 밝히고 갔다'라는 건 실수"라며 "내 신분을 밝히고 가서 진료가 되었으면, 이번 의료 문제에 입을 닫고 있었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야당 정치인처럼 헬기와 같은 특혜를 받지 못해서 섭섭했던 것일까"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