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 실효성 논란

주식시장에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임직원들이 막대한 수익을 얻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공개정보 이용은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시장에선 처벌 강도를 높이고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사전 예방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소유주나 임원이 주식을 팔 때 최소 30일 전에 의무적으로 사전에 공시하도록 했다.

다만, ‘50억원 이상 주식 거래’를 주요 기준으로 삼으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주주가 아닌 임원 개인이 50억원어치 거래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겠으며 ‘쪼개기’로 처분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또 ‘지분 1%미만·50억원 미만’ 경우 예외 조항으로 뒀는데, 유동주식 비율이 적은 기업의 경우 정책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제도의 세부 사항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최대주주·임원 등 회사 내부자가 과거 6개월간 합산한 기준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규모의 거래를 할 때 매매 계획을 사전 공시해야 한다. 증권의 예상 거래금액, 예상 거래가격과 수량, 거래기간 등을 거래 개시일 한달전(30일 전)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번 시행령의 배경엔 날로 급증하는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56건) 중 대다수(19건)가 감사의견 거절·적자전환 등과 같이 결산시기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사례였다. 특히 주된 혐의자는 회사 내부자들이다. 혐의자 49명 중 25명이 당해 회사 내부자로서 대주주가 13명, 임원이 10명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대주주와 임원이 회피한 평균 손실액은 각각 21억2000만원, 1억8000만원 규모다. 하지만 이 사전공시가 시행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상장사 내부자의 도덕적 해이를 제대로 억제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50억원’라는 기준이 느슨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운용사 임원은 “대주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말고 임원 개인이 50억원어치를 거래할 경우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6개월 동안 매달 평균 8억원 넘게 주식을 매매해야 가능한 규모”라고 했다. 지분 1% 이상 또는 거래금액이 50억원을 넘어설 경우, 쪼개서 처분하는 ‘꼼수’ 우려도 지적된다.

예외조항도 많은 편이다. ‘발행 주식 총수의 1% 미만’과 ‘50억원 미만’ 등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는 보고 의무를 면제해주는 조항까지 뒀다. 하지만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비율이 적은 상장사의 경우, 지분 1%를 밑도는 매도 물량이더라도 시장 충격이 클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상속, 주식 배당, 주식 양수도 방식, 인수합병 등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거래도 사전 공시의무 대상에서 빠졌다. 연기금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도 사전 공시 의무자에서 제외됐다.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 공시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에 한해서 내부자 거래 동향을 미리 알려주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예외 조항 조건을 검토해본 결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50억원 기준 산출과 실효성을 묻는 질의에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 시가총액의 중간값(약 5000억원)에 1%를 적용한 규모”라며 “기준 조정은 추후 경과를 보고 필요 시 실무적으로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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