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금리동결 아쉽다” 언급, “명백한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논란

서울 중구 한국은행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서정은 기자] 대통령실이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통화정책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인 금리를 행정부 최고 조직이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이미 시장에서는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2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자 내수 부진 문제를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이날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은 설립 이래 최장 동결 기록이다.

여당도 동참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망관계서비스(SNS)에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고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당장의 경기침체와 내수진작에 대응해야 할 한은이 지나치게 위축됐다”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이어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 대책으로 해결해야지 기준금리로 대책을 세울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정치권이 독립성이 보장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이다. 특히 행정부 최고 조직인 대통령실이 금통위 결정을 지적하면서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내린다고 소비가 바로 안정되는 것도 아닌데, 용산이 한은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스탠스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학부 교수도 “실제로 지금 경제 상황에선 동결이 정답이고, 대통령실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게 적절한가 자체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10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서 기정사실이 됐기 때문에 “아쉽다”는 정도의 평가가 금통위 독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독립성 논란과 관련 “다음 금통위 금리 결정이 10월인데, 시중에서는 이미 100% 인하한다고 보고 있지 않느냐”며 “(아쉽다는) 말을 해도 10월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서는 다음주 추석 민생물가대책, 소비 진작 내수대책이 나오는데 금리를 낮췄으면 시너지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일단 원론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은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서로 다른 의견으로 저희를 평가해 주시는 것은 지금 상황을 볼 때는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그런 견해들을 다 취합해서 듣고 그다음에 저희 내부에서 어떤 토론을 통해서 결정한다”며 “지금 10월 금리 인하가 확실하다고 제 기자회견을 보고 그런 판단을 내렸다면 본인이나 보는 사람들의 해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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