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에어매트 논란에…전문가 “고층부 사용 금물”

22일 오후 7시 39분쯤 경기도 부천시 중동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투숙객 2명이 호텔 외부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졌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 호텔 화재에서 투숙객 2명이 사고 현장에 설치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도 숨져 에어매트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일고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에어매트는 최후의 구조 수단으로, 건물 고층부 화재 때 사용할 땐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에어매트와 완강기 등 피난기구는 완벽한 안전을 보장해 주면서 피난을 돕는 것은 아니다"라며 "애초 이런 기구들의 설치 목적은 정상적인 피난이 불가능할 때 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대는 사용 방법을 숙지해야 하고, 대피자들은 소방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며 "대피 시간이 넉넉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수 있었겠지만 긴박한 상황 속에서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교수도 "에어매트는 4층 이하인 저층부에서의 탈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은 위험하다"며 "특히 사용법을 모르거나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뛰어내렸을 경우 크게 다치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아 고층부는 사용이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화재 당시 7~8층 객실의 남녀 2명이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는데, 먼저 떨어진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반동에 의해 에어매트가 뒤집히듯 공중에 섰다. 4∼5초 뒤 곧바로 뛰어내린 남성은 사실상 맨바닥에 떨어졌고,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 모 호텔의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인명 수색과 화재 진압 작전을 논의하고 있다. 이 불로 7명이 숨졌고 다른 투숙객 등 12명이 다쳤다. [연합]

소방당국에 따르면 에어매트는 흡수력 등을 고려해 높이 15m(대략 5층 높이) 이하에서만 뛰어내리도록 인증이 돼 있다. 이같은 규정 등에 근거해 이번 화재 현장에서 에어매트 설치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어제 설치한 에어매트는 10층 용으로 8층에서 뛰어내려도 문제가 없게 제작됐다"며 "여성이 떨어질 때 모서리 쪽으로 쏠리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는데 사실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역시 "에어매트가 이렇게 서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가장자리에 떨어졌다는데 바람의 영향 등이 있을 수 있고, 투숙객이 패닉 상태였기 때문에 중간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에어매트는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뒤집히기는커녕 움직이는 경우도 잘 없고, 고정할 곳이 없는 건물 밖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고정하지 않는다"며 "공기를 너무 빵빵하게 넣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공기를 적게 넣으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경우 땅바닥에 닿을 수 있어 공기는 최대한 빵빵하게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매트에 뛰어내려 생존한 경우가 사망한 경우보다 더 많고, 만약 고층에서 뛰어내린다고 다 사망했으면 법으로 못 하도록 강제했을 것"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인만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을 통해 숙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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