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서울에서 기상관측을 진행한 이후로 가장 긴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1907년 서울에서 기상관측을 진행한 이후로 가장 긴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33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하면서 사상 첫 ‘40일’이 넘는 열대야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돼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간밤 대부분 지역이 열대야를 겪었다. 서울은 현재 이어지는 열대야가 시작한 7월 21일 이전에도 3일의 열대야가 발생한 적 있어 올해 열대야 일이 총 36일이 됐다. 이는 1907년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다 기록이다.
지난 1994년도 총 36일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기상 기록은 최신을 상위에 두기에 올해가 가장 많은 열대야가 발생한 해가 됐다. 기상청은 이 같은 역대 최장 열대야의 주된 원인으로 밤마다 한반도에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꼽았다. 과거 열대야는 낮 동안 폭염으로 만들어진 복사열이 밤에 충분히 식지 못하면서 나타났지만, 올해는 복사열에 더해 지난달부터 밤마다 따뜻한 남풍이 불어 들어오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달엔 저기압의 한반도 유입이 잦아진 영향으로, 이달 들어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밤마다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 들어오고 있어 열대야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도 17.8일을 기록해 역대 1위였던 1994년의 16.8일을 넘어섰다. 열대야는 지속할 전망으로 23일 밤엔 전국적으로, 24~25일엔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잠 이루기 어려운 밤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31~36도, 체감온도는 최고 33~35도까지 오른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는 소나기가 내려 기온이 내려가겠지만, 비가 그친 뒤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기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무더운 날씨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더위가 그친다’는 의미를 가진 절기 처서(處暑)를 지났지만, 폭염도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다음 달 1일까지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은 30∼34도를 보이며, 서울의 경우 열대야가 열흘여간 더 지속돼 8월 말~9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수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 ‘종다리’가 지나간 뒤 한반도 상공을 덮은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올 것으로 보이는데 해수면 온도도 높아 폭염과 열대야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폭염으로 인한 각종 피해가 잇따르자 역사상 처음으로 ‘폭염 백서’ 작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백서에는 그간 우리나라가 겪은 폭염에 대한 기록과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담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