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전 환경상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내달 실시하는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 1위를 차지하며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테레비 도쿄와 공동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차기 자민당 총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라 답한 사람이 23%으로 가장 많았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18%로 뒤를 이었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11%이었다.
이번 여론 조사는 지난 21일과 22일 이틀 간 실시됐고, 답변자는 자민당 총재 후보 11명 중 1명만 선택했다. 7월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 조사에서 차기 총리 지지율 1위를 차지해 온 이시바 전 간사장의 순위가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43세로 젊은 40대 정치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총재 후보 중 가장 젊다. 고이즈미의 정치 경험은 2019년부터 2년간 환경상을 지낸 게 전부지만, 국내에서는 ‘펀쿨섹’ 발언 등 이례적인 발언과 행보로 유명해진 정치인이다.
2019년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그는 “기후변화 문제를 대할 때는 즐겁고(Fun) 쿨하고(Cool) 섹시(Sexy)해야 한다”고 말해 국내에서는 ‘펀쿨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편견을 없애겠다며 해당 지역에서 광어회를 먹고, 서핑을 해 화제를 모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전 환경상이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모습. [ FNN] |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고노 다로 디지털상,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AFP] |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모든 연령에서 골고루 높은 지지를 얻었다. 특히 자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만 조사했을 때는 32%로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고이즈미의 지지율이 높아진 데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지지도 한 몫 했다. 지난해 일본 정계를 뒤집은 ‘비자금 스캔들’로 차기 중의원(하원) 선거에 대해 위기감을 가진 스가 전 총리는 인지도가 높고 젊은 고이즈미가 차기 총재로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입후보에 필요한 의원 추천인 20명을 확보했다. 지원 의사를 표명한 의원이 40명 이상이라는 전언도 나온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인지도가 높지만 자민당 내 지지 세력이 부족해 자민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할 경우 14%의 지지율로 3위에 그쳤다.
국내에서 극우 정치인으로 알려진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도 지지율 상승도 눈에 띄었다. 전체 지지율 11%로 3위에 올라선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자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8%의 지지율을 기록해 7월지지율 1%에 비해 크게 올랐다.
총재 선거에 유력 후보가 많아진만큼 자민당 주요 파벌인 아소파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소파는 아소 다로 부총재를 중심으로 구성된 자민당 내 세력으로, 의원 5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아소 부총리는 아소파 수장인 고노 다로 디지털상 1명만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선거 출마를 선언한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이나 출마 의지를 드러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등 아소파 내 복수의 다른 후보를 지지하도록 열어둔 것이다. 닛케이는 “현 시점에서 지지 후보 단일화는 위험 부담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27일 차기 총재 선거를 실시한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3년으로 연속 3번까지 연임할 수 있다.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고, 과반수 후보가 없으면 득표율 1,2위 후보끼리 결선 투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