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전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챔피언 팀들에게 발언을 하며 웃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하면서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여성 지도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87개국에서 174명의 여성이 지도자가 됐지만 미국은 아직 단 1명의 여성 대통령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20대 경제 대국 중 아직 여성이 대통령이나 총리가 되지 못한 7개국에 속한다. 미국 내 주요 정당에서 여성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것도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WP는 이런 미국 내 상황과 달리 세계적으로는 이미 여성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3개 유엔 회원국을 기준으로 보면 1990년까지만 해도 모두 16개국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왔다.
세계 최초의 여성 지도자는 스리랑카의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다. 그는 1959년 남편이었던 솔로몬 디아스 반다라나이케 총리가 암살되자 주변의 요청으로 정치에 입문해 이듬해 총선에서 총리직에 올랐다.
6년 뒤에는 인도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가 총리가 돼 두차례에 걸쳐 16년간이나 집권했다.
1969년에는 이스라엘에서 골다 메이어가 총리직에 올랐고 1974년에는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이 대통령이 됐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1975년 엘리자베스 도미티엔 총리를 배출했고, 1979년에는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가 총리가 됐다.
산마리노공화국과 페루, 스위스 등 3개국에서는 각각 6명 이상의 여성 지도자가 나왔고 핀란드, 아이슬란드, 리투아니아, 몰도바에서는 각각 4명의 여성이 지도자가 됐다. 3명 이상을 배출한 국가는 9개국, 2명은 26개국, 1명은 45개국이었다.
WP는 지금까지는 대통령제 국가보다는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정치 체제에서 여성 지도자가 더 많이 배출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짚었다.
줄리 볼링턴 유엔 여성 정치 참여 정책 고문은 의회 중심제에서는 여성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을 통해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대통령제에서는 편견과 고정관념 등 직접 넘어야 할 산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대통령제 국가 중에서는 온두라스와 멕시코에서만 여성이 대통령이 됐다.
WP는 오는 10월 멕시코 역사상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당선인이 취임을 앞둔 멕시코의 사정과 미국의 현실도 비교했다.
멕시코는 현재 여성이 의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정부 고위직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대선에 나선 유력 후보 두 명도 모두 여성이었다. 반면 미국은 의원의 28%만이 여성이고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 상대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성별과 인종을 이유로 한 공격을 일삼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