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전 대법원장.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검찰이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으로 해명한 혐의를 받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전날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된 김 전 대법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국회가 탄핵을 추진 중이라는 이유로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 요청을 반려하고, 해당 의혹에 대한 국회 질의에 “탄핵을 위해 사표 수리를 거부한 적이 없다”는 허위 답변서를 낸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은 국민의힘이 고발한 뒤 3년 6개월 만이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사법 농단’ 사건으로 조사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전 대법원장과 관련한 논란은 국회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하루 전인 2021년 2월 3일 언론 보도로 불거졌다.
임 전 부장판사가 2020년 5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으나 김 전 대법원장이 ‘그러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며 반려했다는 내용이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관한 기사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2019년 3월 기소된 뒤 2020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사표 제출 당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보도 당일 대법원은 “대법원장이 임 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며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건강 상태를 지켜본 뒤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반박했다. 국회 법사위원들의 질의에도 이같은 취지의 답변서가 제출됐다.
하지만 임 전 부장판사 측이 이튿날 김 전 대법원장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사법부 수장이 정치권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대법원장은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며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나.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는 입장을 냈다.
국회는 2021년 2월 4일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사상 첫 법관 탄핵 소추였으나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10월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가 2021년 2월 28일 만료돼 파면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전 대법원장 고발 사건을 배당한 뒤 임 전 부장판사와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서면조사만 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꾸려진 새 수사팀은 2022년 8월 임 전 부장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고, 지난해 7월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대법원장의 진술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