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올해에만 1081건…환자 몰리는 추석 어쩌나

지난 9일 오전 작업 차량 두 대가 충돌해 작업자 2명이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승강장에서 철도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의료공백으로 응급실 포화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석 연휴가 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어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건이다. 하루 평균 약 2만3000건꼴이다.

날짜별로 보면 명절 당일(2만5000건)과 그다음 날(2만4000건)에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았다. 이는 평상시 평일의 1.9배 수준이다. 소방청 기록을 봐도 2022년 추석 연휴 119를 통한 상담은 하루 평균 6926건이다. 이는 평상시 하루 평균 상담 건수(4980건)의 약 1.4배 수준이었다.

다만 환자가 급증해도 대부분은 경증이라는 게 정부와 의료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 응급의료센터에서 집계된 질환은 얕은 손상(1536건)이 가장 많았다. 염좌(907건), 감기(817건), 두드러기(707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휴 기간 이들 질환은 평상시의 200%에 가까운 비율로 늘어났다.

하지만 사고로 인한 응급실 방문도 증가했다. 연평균 발생량과 비교했을 때 추석 연휴에는 화상이 3배, 관통상이 2.4배, 교통사고가 1.5배까지 늘었다.

현장에서는 연휴라고 해서 사고에 따른 ‘중증 환자’가 급증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예년보다 응급실 의사 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현재 응급실 평균 내원 환자 수는 1만9784명이다. 의료 공백 이전 평상시의 111% 수준이다.

응급실 뺑뺑이도 잇따르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환자가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며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9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정비차량 충돌사고 때도 다친 작업자가 응급실 전문의 부족으로 16시간 동안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119 구급대는 사고 발생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4분 거리에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센터에서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119는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환자를 이송했다. 하지만 병원은 응급수술을 할 대퇴부 골절 수술을 할 정형외과 전문의가 없다며 환자 전원을 통보했다.

이후 환자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연세병원으로 가서 머리 상처봉합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대퇴부 골절 수술은 역시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강서구에 있는 원탑병원으로 다시 이송된 후 사고 발생 15시간 51분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환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000 명을 훌쩍 넘어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119구급대 재이송 건수 및 사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119 재이송 2645건 중 40.9%(1081건)는 ‘전문의 부재'로 인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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