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의 행복한 주말 만들기, 이제는 본업 됐어요” [주말랭이 대표 몽자 인터뷰]

주말랭이 대표 몽자(본명 황엄지)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뉴스레터를 통해 새로운 본업을 찾았다. [이소진 C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소진 CP]“직장인이라면 1주일에 두번은 주말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해요. 월요일이면 ‘주말에 뭐했어’라고 묻고 금요일이면 ‘주말에 뭐할 거야’라고 묻죠. 그러나 누구도 선뜻 좋은 계획을 내세우지 못해요. 그게 우리가 ‘주말랭이’를 시작한 이유죠.”

주말 여행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 ‘주말랭이’의 대표 몽자(본명 황엄지)가 두번째로 책을 냈다. 첫번째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여기 가려고 주말을 기다렸어’가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했던 전국의 숨어있는 여행 정보를 모은 책이라면, 신간 ‘찐팬이 키운 브랜드 주말랭이’는 ‘주말랭이’의 뒷이야기를 담은 ‘브랜드 탄생기’다.

2020년 어느 날 몽자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뉴스레터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평일에 야근이 시달리다 주말엔 자기 바쁜 나날이 쌓이다 보니 너무 지치더라고요. 주말에 아무리 소파에서 편하게 쉬어도 충분히 재충전 되지 않았고, 그런 채로 월요일에 다시 출근을 하다보니 공허함이 느껴졌어요.”

고민 끝에 몽자가 선택한 것은 ‘사이드 프로젝트’ 였다. 돈이나 아이템이 없어도 당장 시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한창 유행하던 스마트 스토어 판매나 해와 구매 대행 같은 거창한 사업은 제쳐뒀다.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돈을 벌려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게 몽자의 설명이다.

“사실 뉴스레터도 편지다 보니 독자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은 뒤늦게 깨달은 장점이기도 해요.”

문제는 뉴스레터의 주제였다. 그러던 중 “금요일에 다들 무슨 고민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순간 “주말에 뭐할지”라고 외쳤다. 그게 ‘주말랭이’의 시작이었다.

“직장인들은 특별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마음먹지만 대부분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죠. 때론 리뷰를 가장한 광고에 속아 금쪽같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더 피곤한 월요일을 맞기도 해요.”

뉴스레터를 시작한 뒤 몽자의 1주일은 더 바빠졌다. 각종 이벤트나 여행 장소를 직접 체험하거나 손품을 팔아 정보를 모았다. 매주 목요일이면 퇴근 후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12시부터 테스트와 레터 예약 발송을 마치면 2시에야 잠들 수 있었다.

주말랭이 대표 몽자(본명 황엄지)는 주말랭이의 시작과 본업 전환 과정을 담은 신간 '찐팬이 키운 브랜드 주말랭이'를 최근 출간했다. [주말랭이 제공]

“전시 보고 야외 어딘가에서 즐기고 나서 그 과정들은 세세하게 글로 쓰는 행위가 저한테는 워라밸(일과 휴식의 균형)을 충족시켜 주는 행위였어요. 그래서 재미있었고 회사 일에도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아요.”

그러나 직접 모든 곳을 다니고 일일이 글로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 80명이었던 구독자가 빠르게 늘었고 다양해진 취향을 충족시키려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떠올린 게 객원 에디터다.

“독자들 중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주말에 하나씩 도장 깨기를 하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꽈슐랭이란 분은 꽈배기 집만 성지순례하듯 돌고 전통주 집을 차례로 도는 분도 계셔요. 그런 분들 200~300명이 레터에 글을 써주시는 데 우리끼리 ‘놀러온다’고 표현해요.”

지난해 3월 몽자는 잘 다니던 IT 대기업을 스스로 걸어 나왔다.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주말랭이’가 본업이 된 것이다. 그는 스터디 모임에서 들은 한 마디, “가지치기 하지 않는 나무는 더이상 크지 않는다”는 말이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고 책에서 밝혔다. 회사 일과 뉴스레터를 양손에 붙들고 있으면 ‘그냥저냥’ 현상유지는 할 수 있겠지만 어느 한쪽도 제대로 해 나가지 못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직원에서 대표로 변신한 몽자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위한 소재를 모으고 글을 쓰는 데에만 신경 써도 됐지만 이젠 결정해야 할 일도, 책임져야 할 일도 많아졌다.

‘주말랭이’의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다른 매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담지 않는다. 레터가 나갈 시점에 요긴한 이벤트나 계절을 즐기는 방법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입장권 가격이 2만원인데 1만원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장소가 대구인데 대전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어서 긴장하고 걸러내고 있어요. 저희 레터를 보고 독자들이 애써 찾아갔는데 허탕을 치면 안되니까요. 사진도 모두 허락을 받고 싣고 있죠.”

사회적인 이슈,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표현도 꼼꼼히 살핀다.

“한번은 ‘주린이(주식을 처음 시작한 투자자)’라는 표현을 썼다가 독자들이 어린이를 비하하는 용어를 쓴 것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반응한 것에 놀란 적이 있어요. 저희 목표가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인데 우리의 표현으로 독자들의 기분이 나빠지면 안 되잖아요. 혼나면서 배우는 게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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