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의 점심시간 모습.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
봉제공장 재봉틀 소리와 전자업체의 납땜 연기는 서울 구로공단의 오래된 추억이다. 1990년대 후반 IT산업으로의 빠른 변화에 대응해야 했던 공단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로 탈바꿈했다. 회색빛 공장들은 헐리고 유리벽 아파트형공장(지식산업센터)이 빼곡히 들어섰다. 여공들이 일하던 자리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젊은 정보기술(IT) 기업 직원들로 채워졌다.
26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역동의 시대를 지나온 산업단지는 1990년대 후반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경쟁력을 상실한 경공업 기업은 하나 둘 공단을 떠났다. 국부 창출의 선봉이던 산단은 도시 확장에 따라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존재 의미를 잃어가던 구로공단은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며 벤처·정보·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단지로 과감한 변신에 나섰다. 정부는 1997년 ‘구로산업단지 첨단화 계획’을 세우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 계획을 통해 산단 입주 업종을 첨단 정보·지식산업 등 고부가가치 업종 위주로 고도화시켜 산단 재편의 계기를 마련했다.
연구개발, 물류, 기업지원, 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기능을 갖춘 복합단지 개발도 추진됐다. 첨단기업 육성을 위한 지식산업센터도 도입됐다. 설비 제조업 위주의 대기업 공장이 이전한 자리에는 아파트형공장이 지어져 첨단·지식산업 중심의 기업이 이주했다.
이에 따라 구로공단은 2000년 단지명을 서울디지털단지로 개칭하고, 국내 첫 벤처빌딩인 ‘키콕스벤처센터’를 건립했다. 약칭 ‘G밸리’가 됐다. G밸리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로디지털단지, 금천구 가산동의 가산디지털단지의 영문이니셜 ‘G’와 실리콘밸리의 ‘밸리’가 합쳐진 용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서울디지털단지의 벤처·지식 기반 입주 기업은 기하급수로 늘었다. 2000년 말 지식산업센터는 5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131개가 준공돼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입주했다. 이젠 AICT(AI와 IT의 융합)화가 가속화되며, 인공지능(AI) 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서울디지털단지 내 지식산업, ICT 등 비제조업체는 2000년 말 3개 사에서 지난해 말에는 9087개 사로, 전체 입주기업 1만4122개사의 64%를 차지했다. 비제조업종 고용 역시 지난해 기준 전체의 65%에 달할 만큼 정보·지식단지로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1985년 서울에 있던 영세 중소기업을 집단 이전시키기 위해 조성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도 변신을 꾀했다. 섬유, 식품. 금속, 목재, 제지, 석유화학 등 각종 업체가 뒤섞였던 남동산단은 지난해 말 기준 기계·전기전자·석유화학 기업이 전체의 78%를 차지한다.
산단 조성 26주년을 맞은 2011년, 남동산단은 ‘남동인더스파크’로 이름을 바꿨다. 중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경제 축의 중심에 위치한 남동인더스파크는 인천국제공항의 배후 산단이 됐다. 송도국제도시의 대학·연구기관과 연계돼 ‘송도는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남동은 생산하는’협력체계‘를 갖춘 수도권 최고 지식기반산업 단지로 변모했다.
산단공 관계자는 “서울디지털단지는 그동안 그 시대 한국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줘 왔다. 이제 ‘새로운 60년’의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서울디지털단지를 비롯해 미래의 산단을 기업만 덩그러니 모인 곳에서 벗어나 산업·사람·문화가 융합해 머물고 싶은 ‘첨단산업 캠퍼스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재훈 기자
[헤럴드경제·한국산업단지공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