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근처 지역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헤즈볼라의 발사체를 격추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습을 주고 받았지만 전면전까지는 추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가자 휴전 협상이 또 성과 없이 결렬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새벽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공격하는 등 정면 충돌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을 포착했다며 전투기 100대를 동원해 헤즈볼라를 기습 공격했고, 헤즈볼라고 곧바로 320발의 로켓과 드론 수십 대로 대응 공격했다. 양측의 공습으로 레바논에서는 3명, 이스라엘순에서는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면전 확대 우려가 고조됐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적어도 현재의 대규모 공습은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대규모 전투 확대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대해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 이후 최대 규모 공격”이라면서도 “공습 규모에 비해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양측 모두 사상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은 모두 자신의 공격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공습을 일단 종료하면서 최악의 전면전을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적은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수백발을 쏠 계획이었지만 선제공격 덕에 50% 이상, 혹은 3분의 2가량이 발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부에서의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전쟁은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며, 여전히 합의 가능성에 기회를 주고자 한다”며 도발성 발언을 자제했다.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도 이날 TV 연설에서 “모든 드론(무인기)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했다”며 이스라엘의 기습에 곧바로 보복했다며 성공을 강조했다.
25일(현지시간) 헤즈볼라의 알 마나르 TV에서 레바논의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TV 연설을 하고 있다. [EPA] |
이스라엘군 이란 지부장 출신인 대니 시트리노비치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은 “헤즈볼라는 더 큰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이번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며 “(전면전) 확대를 감수할 의향은 있었지만, 그것이 전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양측 다 만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말콤 H. 커 카네기 중동 센터의 모하나드 하지 알리 부국장은 “이스라엘 사상자가 적다는 것은 헤즈볼라가 분쟁을 억제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참을성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척 프릴리치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서로 티격태격하는 공격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더 광범위한 확대 가능성은 남아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정부가 북부 주민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수만 명의 사람들은 전쟁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날도 이스라엘은 공습 개시 직후 자국 북부 주민들을 향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WSJ은 “중도, 극우파 정치인 뿐만 아니라 전·현직 보안 관리들도(현 시기가) 헤즈볼라를 공격하고 밀어내기에 적절한 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최근 몇 년 동안 로켓, 미사일, 무인 발사체 등 약 10만 개의 발사체를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 역시 “오늘 작전 결과를 평가한 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나스랄라는 “우리는 이스라엘 영토 안쪽으로 110㎞ 떨어져 있고 텔아비브에서는 1.5㎞ 거리인 군사정보기지를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텔아비브 북쪽 해안가 글릴롯 기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중동 확전이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현시시간 24∼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벌여왔는데, 이스라엘이 주장하고 있는 핵심 쟁점에 하마스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은 또다시 결렬됐다.
가자지구 휴전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과 중동 내 광범위한 갈등 촉발을 억제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