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엔 ‘비텐스’ 공연·저녁엔 ‘인생사’ 차담…명상으로 쉼표를 그리다 [요즘 선명상①]

지난 24~25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선명상 아카데미를 찾은 200여명의 참가자들이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읊고 있는 모습. 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고통과 번뇌를 다스리는 방법을 찾으려는 마음은 청년이든 노년이든, 출가한 스님이든 한 집안의 가장이든 누구에게나 있었다.

지난 25~25일 양일간 공주 한국문화연수원(대한불교조계종 소속)에서 열린 ‘선명상 아카데미 템플스테이’에는 속 시끄러운 마음을 다스리려는 200여 명의 중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선명상이란, ‘선(禪)’이라는 불교의 명상법 중 하나로 궁극적으로 괴로움이 없는 평안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 목적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성별과 연령대는 다양했다. 30대 커플, 엄마 손을 붙잡고 온 청소년, 은퇴한 노부부, 계모임 중년 여성 회원들까지 분포가 넓었다. 또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온 참가자도 다수 있어 선명상에 대한 불교 신도들의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입재법문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민경 기자.

연수원에 도착하자 불교계 아이돌인 ‘비텐스’의 공연이 시작돼 낯선 곳에 와 들었던 긴장감이 다소 풀어졌다. 바텐스는 젊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조계종 스님 10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이날 작법(나비춤)과 태극권 등을 선보이며 한층 젊어진 불교 느낌을 전했다.

이후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입재법문이 이어졌고, 금강스님과 혜민스님, 혜주스님 등이 참가자들을 각자 나누어 선명상 수행 지도를 진행했다. 해가 저문 이후에도 이어서 스님과의 밀도 높은 차담(茶談) 시간이 이어졌다.

혜주스님이 지도하는 선명상 수업에서는 약 20여명의 소수인원이 참가해 모두가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스님은 좌중을 향해 가장 먼저 ‘언제 가장 편안한지’를 물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잠들 때’, ‘가족들이 모두 무사히 집에 들어왔을 때’, ‘아침에 일어났을 때 특별히 할 일이 없을 때’ 등등의 답변이 나왔다.

스님은 이 답변들의 공통점이 ‘나는 안전하다’라는 기분이 들 때라고 정리했다. 그러므로 명상에 들어갈 때 가장 첫 단추는 ‘나는 지금 안전한 곳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명상은 아무 생각이 없는 ‘멍 때리기’와는 달랐다. 혜주스님이 참가자들에게 ‘멍 때리기가 명상에 해당하느냐’고 묻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는 ‘이 정신없는 사회에서 멍 때리기는 분명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편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멍 때리기에는 명상의 두 가지 요소인 ▷명료하게 바라보기 ▷안정되게 바라보기 중 첫번째 ‘명료성’을 충족시키지 못해 명상이 아니라는 게 혜주 스님의 설명이었다. 단순히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요하면서도(寂) 의식이 맑게 깨어 있는 상태(惺)인 성성적적(惺惺寂寂)한 태도가 바로 명상이라는 것이다.

또 스님은 “고통은 진리이고 없앨 수는 없지만 벗어날 수는 있다”며 “바로 명상을 통해서이고, 자비(사랑과 친절)의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자리가 안전한 곳임을 알아차린 참가자들은 그간 마음 속 깊이 품어왔던 고민의 지점을 스님 앞에 풀어놓았다.

한 중년 남성 참가자는 “불교에서 욕심을 내는 게 고통의 씨앗이라고 하는데, 그럼 욕심을 버려야 하느냐”며 “저는 욕심을 내고 살아 그간의 사회적 지위 등 성취를 이뤘고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늘 마음이 고통스럽기는 했다. 그런데 제가 욕심을 내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나.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혜주스님은 “욕심을 내되,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욕심을 내보라”며 “나를 힘들게 하면 욕심이지만 언제든지 훌훌 털 수 있다면 그건 열정이다”라고 조언했다.

'비텐스' 서원스님이 작법(나비춤)을 선보이는 모습. 이민경 기자.

한 중년 여성 참가자는 “자식들이 모두 사회에서 제 쓰임을 찾아 인정받으니 뿌듯하지만, 모두 지나고 보니 몇 십년 동안 정작 ‘나’를 잊고 있었다”며 고백하기도 했다.

스님은 “불교의 인연법과 연기법을 떠올려봐도 어떤 일이든 그 안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자식분들이 잘되기 위해 선생님, 친구들 그 외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말하셨는데, 정작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어머니 본인”이라고 토닥였다.

또 다른 중년 여성도 “아들과 남편에게 항상 뭐든 해주려고 하는데 정작 ‘이런 것 좀 하지 말라’는 퉁명스러운 반응이 나올 때 너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스님은 “혹시 그게 아들과 남편이 해달라고 한 것이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준 것 아닌가요”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사실 그랬노라’고 쉽게 수긍이 이어졌다. 스님은 “진정한 사랑과 친절은 타인이 필요로 하는 걸 주는 것이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다”고 다정하게 조언했다.

혜주스님은 이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괴롭히는데 대해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그런 점을 알면서 자기의 지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총 4시간 동안 이어진 명상법 강의와 차담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고 각자의 방사로 돌아가 하루를 정리했다. 한 여성 참가자는 “같이 온 도반(道伴)들과 얘기해보니 강의해주신 스님들 모두가 훌륭했다고 한다”며 “1박 2일동안 즐겁게 있다 간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