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677.4조원…2년 연속 ‘고강도 긴축’

정부가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올해보다 20조8000억원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보다 3.2% 늘어난 수치이며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4.5%)에 못 미치는 ‘긴축 재정’으로 평가된다. ▶관련기사 3·4·5·6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지난해(24조원)와 올해(23조원)에 이어 3년 연속으로 20조원대 재구조화를 진행한 것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25조원가량 부족한 651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2025년도 예산안에는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한 정부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담았다”면서 “건전재정은 우리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20조8000억원(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예산(604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2.1% 늘어난 규모로,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로 역대 정부 가운데 임기 첫 3년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게 됐다.

내년도 지출증가분의 대부분은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있는 의무지출로 채워진다. 의무지출은 347조4000억원에서 365조6000억원으로 18조2000억원(5.2%), 재량지출은 309조2000억원에서 311조8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0.8%) 각각 증가했다. 재량지출이 지난 2017년(-0.1%)처럼 마이너스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1%에도 못 미치는 0%대 증가율로 사실상 제자리걸음 한 것이다.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신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도 20조원을 웃도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지난 2년간의 구조조정으로 ‘순수한’ 재량지출에서는 여력이 많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이번에는 각종 경직성 경비까지 ‘테이블’에 올려졌다.

국가채무는 1196조원에서 1277조원으로 81조원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낮아진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재정사업 전반의 타당성과 효과를 재검증하여, 총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서 “이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맞춤형 약자복지 확충, 경제활력 확산, 미래를 대비하는 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 및 글로벌 중추 외교 등 4대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약자복지 기조를 내년에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약자복지 차원에서 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액을 연간 141만원 인상한다. 관련 예산은 1조원가량 증액된다. 노인 일자리를 현행 103만개에서 110만개로 늘린다. ‘1000만 노인 인구’의 최소 10%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1조6000억원을 투입해 기초연금을 1만원(33만4000원→34만4000원) 인상한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주택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2000호(임대 15만2000호·분양 10만호) 공급한다. 예산은 14조9000억원에 달한다.

경제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규모 반도체 투자에 대해 4조3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이 공급된다. 원전·방산·콘텐츠 펀드를 신설하고, 유망중소기업 100개 사를 선정해 컨설팅·바우처·스케일업 금융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점프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연구·개발(R&D) 예산은 대폭 증액으로 전환된다. 선도형 R&D를 중심으로 관련 예산을 26조5000억원에서 29조7000억원으로 늘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육아휴직급여의 상한을 월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한다. 사업주의 대체인력지원금을 늘리고, 육아휴직 업무분담 지원금(월 20만원)을 신설한다.

필수·지역 의료를 강화하는데 2조원이 투입된다.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에 맞춰 의대 교수와 교육 시설을 확충하고, 전공의 수련비용과 수당을 지원하는 용도다. 중기적으로는 5년간 국가재정 10조원과 건강보험 재정 ‘10조원+α’을 투자한다.

국방예산은 60조원 넘는 규모로 편성된다. 인건비가 총 22조8000억원을 웃돈다. 병사 월급이 병장 기준 150만원으로 인상된다. 자산형성 프로그램인 내일준비지원금이 55만원으로 오르면서 매달 205만원을 받게 된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최초 양산에는 1조1495억 원이 들어가며 레이저 대공무기도 712억 원을 들여 양산을 본격화한다. 또 전기차 스마트제어 충전기(2만3000기→9만5000기)를 대폭 확충하고, 딥페이크 인공지능(AI) 영상·음성분석 예산도 신규 편성한다.

배문숙·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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