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올들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연초에 설정한 목표를 1.5배 초과해 1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여신심사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다른 업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21일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정책성대출 제외) 잔액은 총 640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대비 15조1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연초 이들 은행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폭은 1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8월까지 7조5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어야 했지만, 증가폭이 이미 목표의 1.5배(49.9%)를 초과한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A은행은 올해 연말 115조4000억원까지 가계대출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현재 잔액이 이미 116조원을 기록, 경영계획 대비 대출증가 실적이 376.5%에 달했다. 다른 은행도 이 비율이 52.3~155.7%에 이르렀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이 경영계획 준수를 위해 대출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실수요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의 개입을 통한 미시적 연착륙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니 손쉽게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식의 영업형태는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손쉽게 돈벌이하고 이익을 늘리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실수요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불요·불급한 대출수요를 억제할 수 있도록 여신심사 강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연합회가 전날 이사회를 통해 마련하기로 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박 부원장보는 “주요 은행의 경우 실수요자에 대해 매월 상환되는 금액이 5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 된다”며 “실수요자의 불편이 없도록 자금을 공급하되, 투기성 대출에 대해서는 정확한 심사를 거쳐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계획을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경영계획 수립 및 관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수립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해당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도 시행하는 은행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계획 수립시 DSR 관리목표를 더 낮추도록 하는 식이다.
현재 개별 차주의 은행 대출에 대한 DSR 규제 비율은 40%로 제한돼 있는데, 은행별 평균 적용값은 20~30% 정도다. 경영계획을 초과한 은행에 평균 DSR 적용값을 더 타이트하게 적용하면 실제 차주들의 대출한도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밖에도 금감원은 보험이나 중소금융 등 타 업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 발생시 신속 대응할 계획이다.
박 부원장보는 “7월까지 중소금융, 보험 쪽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았지만,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다”며 “이 부분이 풍선효과로 증가하게 되면 전체 가계부채에 문제가 될 수 있어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개선방안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