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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최근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을 텔레그램 등 SNS에 유포하는 성범죄가 확산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여성·군인권단체가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진보당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 자신도 모르는 채 벌어지는 범죄라는 점과 디지털 공간에서 피해가 무한 확대된다는 점에서 경찰의 적극적인 초기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적극 수사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친구들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내리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며 “왜 우리가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면서 나 자신을 지켜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라는 A씨는 “나보다 어린 학생들, 다른 사람들이 겪지 말아야 할 경험을 겪지 않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손솔 진보당 태스크포스(TF) 공동단장은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채널에 참가한 가해자만 22만명으로 추정되고 일상적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국가비상사태”라며 “TF가 향후 국회의 긴급토론회 등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기 위한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 가운데 여군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국방부가 관련자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해당 텔레그램방에선 육군 12사단에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을 받다 숨진 훈련병을 여군 대위가 살해했다며 “여군들이 우월감을 갖는 이유는 군복을 입기 때문이고, 군복을 모두 벗기면 우월감이 아닌 굴욕감과 능욕감만 남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또 여군을 ‘군수품’으로 명명하고 각 군 여군의 사진을 딥페이크에 이용했으며 딥페이크 사진을 스티커로 제공하기도 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여군을 군수품, 물질로 치환하고 오로지 성적인 존재로 취급하기 위해 군복 입은 여군들의 사진을 이용했고 이러한 행위는 과거 일본군 성노예 범죄와 맥이 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는 ‘여군능욕방’ 문제를 개인의 일탈 문제로 취급하고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며 “발본색원 의지만 있다면 인트라넷의 로그 기록을 통해 피해 규모와 가해자들을 추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진 등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관리·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전날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부여잡고 여성가족부마저 없애려 하며 수많은 여성의 사회적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평등 전담 부처를 강화하고 전 부처에 걸친 종합적 장·단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