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성장 확신”…삼성SDI, 전기차 캐즘·포비아 넘어 ‘북미 新시장’ 공략 속도 [비즈360]

지난해 3월 최윤호(오른쪽)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삼성SDI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과 포비아(공포증) 상황 속에도 예정대로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한 배경에는 선도적인 투자로 북미 지역 등 글로벌 시장 성장에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시장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유럽과 달리 북미 지역은 상대적으로 시장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시장 침체에 대비해 투자를 줄이고 있는 다른 경쟁사와 대조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GM은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삼성SDI와의 합작법인은 미국 전기차 시장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GM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GM의 전기차와 확대되는 충전 인프라를 경험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우리가 보다 더 다양한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면 전기차 시장과 전기차 판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지난해 3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왔다.

당초 배터리 업계와 시장에서는 양사의 후속 합의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공장 건설이 예정보다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은 2026년에서 2027년으로 양산 시점을 일부 조정했을 뿐 계획된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주목된다. 양사는 우선 연산 27GWh 규모로 공장을 건설한 뒤, 향후 36Wh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해 북미 시장에 대응하기로 했다.

북미 전기차·배터리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가속화한다. 삼성SDI는 GM뿐만 아니라 스텔란티스와도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2개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두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SDI 측은 “당초 2025년 1분기 양산 예정이었던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의 가동을 연내로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합작 1공장은 연산 33GWh 규모로 생산에 나선다. 2공장의 경우 34GWh 규모로 2027년 초 가동이 목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경쟁사와 비교해 글로벌 합작공장 설립 등 신규 설비 투자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오히려 투자에 신중했던 삼성SDI가 타사 대비 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삼성SDI의 비밀무기는 전고체 전지 등 프리미엄 배터리다. 이날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력을 담은 프라이맥스 배터리 제품으로 GM이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가 차세대 배터리로 점찍은 46파이(지름 46㎜) 원통형 전지를 내년 초 양산할 계획이다. 계획보다 양산 시점을 1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이를 위해 작년 상반기 천안 공장에 46파이 배터리 양산 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화재 위험이 적고 주행거리가 길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 개발에서도 삼성SDI는 국내 업체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전지 양산에 본격 돌입해 글로벌 고객사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변함없을 것으로 보고, 미래 전기차 시장을 이끌 차세대 전지 양산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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