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 “올 하반기 신규채용 없거나 미정”

지난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국내 대기업 10곳 6곳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긴축 경영으로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120개사 응답)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대기업 10곳 중 6곳(57.5%)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중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은 40.0%, 채용이 없는 기업은 17.5%였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2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부진(20.6%)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확보 어려움(17.5%) 순으로 응답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관련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확보의 어려움’(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구체적으로 ▷요구수준에 부합하는 인재 찾기 어려움(29.0%) ▷신산업·신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 인재 부족(6.5%)으로 나타났다.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직군으로는 ▷연구·개발직(28.8%)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전문·기술직(27.1%) ▷생산·현장직(20%) 순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산업 현장에서는 급속한 기술 발전에 대응해 전문성을 갖춘 연구·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은 반면 채용시장에서는 관련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64.8%, 줄이겠다는 기업은 17.6%, 늘리겠다는 기업은 17.6%로 나타났다.

2023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작년과 유사한 규모로 채용하겠다는 기업이 작년 대비 7.0%포인트 늘었고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과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각각 6.8%포인트, 0.2%포인트 줄었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미래인재 확보 차원(55.6%)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회사가 속한 업종의 경기상황 호전(22.2%) ▷신산업 또는 새로운 직군의 인력수요 증가(11.1%) 등을 꼽았다.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중 수시채용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응답 기업 10곳 중 7곳(70.0%)은 대졸 신규채용에서 수시채용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이 중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20.8%,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49.2%였다.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0.0%로 나타났다. 2023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수시채용 활용 기업 비중(70.0%)은 작년 하반기(55.9%)보다 14.1%포인트 증가했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 증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개선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37.5%)를 꼽았다. 이어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7.5%)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12.5%) 등이라고 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하반기 세계경기 둔화 우려, 내수부진, 경기심리 악화 등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보수적인 채용이 예상된다”며 “신규채용 확대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입법 논의를 지양하고, 각종 지배구조진입규제를 완화해 신산업 발굴과 기업투자고용 확대를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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