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영국 북부 맨체스터 교외에서 오아시스의 리암과 노엘 갤러거가 그려진 벽화 앞에서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전설적인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가 15년 만에 재결합을 공식 선언하면서 영국이 들썩이고 있다. 오아시스의 2025년 투어 예정 지역은 벌써부터 호텔 예약이 폭주하는 가운데 호텔 업계 예상 수익만 수백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으로 역대급 소비 증진 맛을 본 영국이 또 한번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아시스가 2025년 7월부터 데비 30주년 투어를 할 예정인 영국 카디프, 맨체스터, 런던, 에든버러, 더블린 등에서 투어 기간 호텔 예약이 늘고 있다. 특히 첫 투어 예정 지역인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 지역 고급 호텔 가격은 높은 인기에 7일 전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공연장인 프린시펄리티 스타디움 인근 호텔 체인인 휘트 브레드 관계자는 “투어 기간 호텔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며 “오아시스 재결합 소식에 음악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호텔 가격이 오르는 건 테일러 스위프트 이후로 처음”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버밍엄시립대의 분석을 인용해 오아시스가 예고한 내년 투어의 매출이 4억파운드(약 7079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아시스는 1990년대 브릿팝 유행을 이끈 밴드로, 지금도 영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1994년 데뷔해 2009년 해체할 때까지 스튜디오 정규 앨범 7장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랐고, ‘제2의 비틀스’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현재도 매월 오아시스 음악을 듣는 이용자가 21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멤버인 라임과 노엘 갤러거 형제 사이에 불화가 커지면서 2009년 파리 공연을 앞두고 오아시스는 해체했다.
이날 새벽 오아시스는 밴드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내년 투어 일정과 함께 재결합 소식을 알렸다. 투어는 내년 7월 4∼5일 웨일스를 시작으로 맨체스터와 런던에서 각 4일, 에든버러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각 2일을 거쳐 8월 17일에 마무리된다. 티켓 판매는 오는 31일부터 시작된다. 내년 유럽 투어가 현실화할 경우 16년 만에 두 형제가 같은 무대에 서게 된다.
영국 밴드 ‘오아시스’ 2025년 투어 포스터 [오아시스 공식 홈페이지] |
케이트 니콜스 UK 호스피탈리티 최고경영자(CEO)는 “테일러 스위프트, 해리 스타일스 등과 같은 기록적인 공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영국 팬들과 해외 팬이 몰리는 만큼 영국 호텔 사업에서만 수백만 파운드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로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 혜택을 본 국가는 영국으로 꼽힌다. 바클레이스 보고서에서는 스위프트가 끌어올린 영국 소비 지출은 10억파운드(약 1조7000억원)로 추산됐다.
스위프트는 올해만 영국에서 열 다섯 번의 공연 계획이 있다. 프랑스, 아일랜드, 폴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공연이 있지만 영국이 가장 많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영국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가 올해 1000억파운드(약 174조2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대중 문화 공연 유치는 이제 겨우 침체기에서 벗어난 영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영국은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6% 증가해 역성장을 탈출했다. 하지만 공공 부채가 GDP 대비 99.4%나 되는 등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