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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인 여성행장으로, 한인 은행의 최고경영인(CEO)으로서 최장수 타이틀을 지닌 오픈뱅크 민 김 행장이 은퇴한다.
김 행장은 은행 창구의 텔러에서 시작, 24년만에 행장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성공스토리를 쓰며 한인 은행계의 모범적인 롤 모델로 꼽힌다.
김 행장이 한인 은행권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1982년. 구 윌셔스테이트 뱅크를 통해서다. 입행 후 13년만인1995년 구 나라은행의 최고운영책 임자(COO)를 거쳐 2006년 나라은행 행장 자리에 오르면서 미주 한인 은행 사상 최초의 여성 행장의 탄생이라는 역사를 썼다.
2010년 당시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의 합병 움직임 속에서 자리를 물러나 3개월 여의 공백기를 가졌던 김 행장은 금융감독국의 제재로 존폐 위기에 몰렸던 FS제일은행장으로 부임,현역에 복귀했다.
김 행장은 당시 폐업 위기에 처한 은행 실정에 맞지 않는 ‘은행 세전수익 10% 사회환원’ 이라는 조건을 행장직 수락 조건으로 내걸었는데도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던 일화는 너무나 잘 알려진 뒷얘기다.
일부 주주들은 당시 ‘문 닫을 지도 모르는 은행이 수익 방안 보다 사회환원을 앞세우는 게 말이 되냐’ ‘기독교 신자인 민 김 행장이 십일조 발상으로 10% 환원을 얘기하는 데 개인의 신앙심을 은행수익에 기대느냐’라는 식으로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밀어붙인 김 행장의 ’10% 환원’ 정책은 이후 오픈 스튜어드십이라는 한인커뮤니티의 자선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2011년에 설립한 오픈청지기 재단은 13년 동안 576만달러를 커뮤니티의 각종 단체에 기부, 기업의 사회환원에 모델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은행이름을 공모방식을 거쳐 오픈뱅크로 바꾸며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부실대출을 과감히 정리하며 건전성 회복에 집중한 결과 오픈뱅크는 김 행장 취임 이듬해인 2012년 창립 후 최초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울러 1100만 달러 증자에 성공하며 급성장을 시작, 2012년 2억 달러, 2013년 3억 달러, 2014년 5억 달러, 2016년 7억 달러로 자산규모를 불렸고 2018년에는 뱅크오브 호프, 한미은행에 이어 나스닥시장에 입성하는 세번째 한인은행이 됐다.
나스닥 상장에 이르기까지 김 행장이 맡은 7년간 은행의 자산 규모는 800%나 증가했고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첫번째 임기만료(2015년 3 월)를 1년여 앞둔 2014년 5월 한인 은행권 초유의 7년 연장계약을 이루더니 2020년 10월에는 다시 2024년 12월 31일까지 4년 더 늘려 14년 동안 최고경영인의 자리를 지키는 장수 행장 시대의 문을 열었다.
올해 중순 한인은행들의 행장 재계약 시즌이 시작될 당시 가장 큰 관심은 김 행장의 연임 여부였다.
지난 2020년 재계약 당시 ‘이번이 마지막 임기일 수 있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었는데 23일 은퇴 발표와 함께 14년간의 영광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오픈뱅크는 민 행장의 은퇴 결정에 미리 대비한 듯 사임 발표와 함께 후임자로 오상교 전무를 발표함과 동시에 내년 6월까지 약 10개월간의 인수인계 시간을 여유있게 가지면서 안정적인 승계 계획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행장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이사장직을 맡게 되므로 오픈뱅크의 경영흐름은 안정적이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한인은행권에서는 “오픈뱅크 안에서 오상교 전무의 능력에 대한 내부 평가가 좋았고 한인 행장을 후임자로 정하면서 타 인종 행장 영입 시 예상되는 문화적 차이와 한인은행 이라는 정체성의 측면에서 큰 부담도 해소했다”라며 “오픈뱅크의 실적과 주가 모두 큰 불안 요소가 없고 수익 10% 사회환원과 전 직원 커뮤니티 봉사 등 오픈뱅크 특유의 아이덴티티(정체성)도 갖추고 있어 내년 2분기까지의 적응기간 동안 문제 없이 자리를 이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