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퇴출…지표금리, KOFR가 대신한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전환과미래포럼 창립총회 및 특별강연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이 대출과 각종 금융 파생상품의 지표금리로서 코파(KOFR)를 정착시키기 위해 나섰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부족한 거래량 등 탓에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자본시장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국내 무위험 지표금리(KOFR) 활성 과제' 콘퍼런스를 통해 이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무위험 지표금리는 거래 규모가 충분하고 실거래에 기반해 금리 담합이 어려운 초단기 금리(콜금리·환매조건부채권금리 등)를 기초로 산출되는 지표금리를 말한다.

이미 코파는 앞서 2021년 2월 국내 무위험 지표금리로서 선정돼 같은 해 11월부터 산출·공표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금리였던 리보 금리(LIBOR)와 관련, 대출금리 산정 기준일에 일부러 높은 호가를 제시하는 방식의 은행권 조작·담합 사건이 2012년 6월 터지면서 리보를 대체할 새 지표금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이 각자 개발한 대체 지표금리를 정착시킨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코파가 거의 쓰이지 않고 현재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CD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CD가 지표금리로서 많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제도 개선에도 불구,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다.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지표물 CD(80∼100일 물) 발행이 전혀 없는 날도 많아 개별 금융기관이 알아서 금리를 산출하는 일이 잦은 실정이다.

아울러 CD 금리는 하락기에 다른 시장금리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경직성을 보이는 반면, 시장이 불안하면 신용 위험 부각과 함께 지나치게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한은과 금융위는 지난해 6월 협의회를 구성하고 CD에서 코파로의 지표금리 전환을 추진해왔고, 올해 들어서는 유관기관·시장참가자도 참여하는 민·관 워킹(실무)그룹도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은·금융당국은 이자율 스와프 시장에서 신규 거래 시 일정 비율 이상 코파와 OIS(overnight index swap rate·초단기 금리) 거래가 이뤄지도록 행정지도하고, 한은 공개시장운영(OMO) 대상 기관 선정 단계에서도 코파 거래 실적을 반영할 방침이다.

계획대로 코파가 정착되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출금리 등의 지표금리로서 코파를 활용하면, CD보다 금융시장 여건을 더 빨리 반영해 금리 예측 가능성이나 투명성이 개선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각 은행이 출시한 코파 대출 상품간 가산금리를 소비자들이 직접 쉽게 비교할 수도 있다. 특히 코파가 통화정책 파급 경로의 출발점인 초단기 시장에서 결정되는 익일(다음날)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인 만큼, 한은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돼 통화정책의 유효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가 실제로 인하될 경우, CD 금리는 하방 경직 성향이 강해 이를 지표로 삼는 대출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코파가 대출금리의 지표로 사용되면 기준금리와 함께 빠르게 낮아져 이자 부담 경감 효과 등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코파 연계 파생상품과 현물 시장의 거래 관행을 마련하고 제도·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제가 예상된다"면서도 "'변화를 피할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 미리 변화를 준비하라'(젝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 CEO)는 말처럼,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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