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양자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이용해 분자의 구조계산을 형상화한 그림.[K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양자 연산의 최소 단위인 큐비트에 입력된 정보는 빠르게 손실되며 오류가 쉽게 발생한다. 큐비트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제어의 정확도를 아무리 개선해도 시스템 크기와 연산 규모가 커질수록 오류가 누적되며 알고리즘 수행이 불가능해진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양자 오류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이다. 양자기술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양자컴퓨팅 개발을 선도하는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모두 양자 오류정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기술연구단 이승우 박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오류정정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결함허용 양자컴퓨팅 아키텍처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범용 양자컴퓨터 개발 글로벌 선두 업체인 사이퀀텀이 최근 개발한 양자 오류정정 기술의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결과도 입증했다.
양자 오류정정이 수행되는 범용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최대 결함허용 임계값으로 평가된다. 이 임계값은 양자컴퓨팅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얼마나 잘 보정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며 오류정정 기술과 아키텍처 설계가 우수할수록 높은 값을 가진다. 미국의 양자 컴퓨터 개발 업체 사이퀀텀은 광자의 얽힘 자원, 퓨전 기법과 오류정정 기술을 활용한 양자컴퓨팅 아키텍처를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범용 양자컴퓨팅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사이퀀텀 방식의 최대 광손실 임계값은 2.7%로 보고됐다. KIST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오류정정 기법과 양자컴퓨팅 아키텍처는 이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KIST의 기술은 최대 14%의 광손실 임계값을 달성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의 임계값이다. 또한 KIST의 오류정정 기법은 동일한 광자 소모량으로도 사이퀀텀 방식의 기술보다 훨씬 우수한 자원 효율성을 보였다.
양자 오류정정 퓨전을 활용한 결함허용 퓨전 기반 양자컴퓨팅 아키텍처.[KIST 제공] |
이번 연구는 순수 국내 연구진이 이루어낸 성과로,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양자 오류정정 기술은 광자 기반뿐만 아니라 초전도, 이온덫, 중성원자 등을 활용한 양자컴퓨터 개발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로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이다.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가 미국 등 양자 분야 선도 국가들의 기술을 따라잡고 나아가 앞설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국내외 특허 출원을 마친 이 성과를 적용하면 독자적인 범용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승우 박사는 “반도체 칩 설계 기술과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팅도 아키텍처 설계가 중요하다. 1000개의 큐비트가 있어도 오류정정이 수행되는 구조가 아니면 한 단위의 논리 큐비트 연산도 어렵다”며 “양자컴퓨팅의 실용화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데 기여한 연구”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8월 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