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달 초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계속 확산하자 정부가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사에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고 배터리 인증제 시범사업 연내 조기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일부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헤럴드경제가 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을 중심으로 ‘전기차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정리해봤다.
▶전기차 화재, 내연기관보다 많다?= 세간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전기차 화재 발생 빈도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화재는 비전기차와 전기차 합계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한다.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차종별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는 만큼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전기차 열폭주, 진압 어렵다?= 완성차·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다’는 인식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 당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도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기차 지하주차장 진입, 무조건 막아야 할까?=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과도한 제재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달 초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일부 공동주택에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는 등 제재에 나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의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 만에 진화됐고, 인접 차량은 2대만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
▶배터리 100% 완충, 위험하다?=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에 따르면 고객에게 보여지는 시스템상의 충전용량 100%가 실제 100%가 아니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가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수명”이라며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위험하다는 것은 일반인이 주로 오해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