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우리가 찾겠다”…디지털 장의사·경찰 사칭 등장

인공지능을 이용한 합성 사진. [챗GPT를 사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국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인공지능을 이용한 합성 사진·영상물)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가해자를 찾기 위한 자체적 움직임이 늘고 있다. 다만 가해자를 찾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경찰 등을 사칭하기도 해 ‘사적제재’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 상에서는 ‘딥페이크 정보 삭제해 드립니다’ 등의 이름의 방이 다수 개설됐다. 다만 다수의 방의 경우 딥페이크 범죄 가해자를 찾기 위한 일명 ‘사칭 텔레그램방’인 경우가 많았다. 사칭 텔레그램 방을 운영하는 계정들은 “경찰과 정부가 찾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가해자를 찾는 것”이라며 “해당 대화에 참여한 이들의 정보만 ‘딥페이크 가해자 정보방’에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딥페이크 가해자 정보방’과 정보 공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정보방에서는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제작·유포자라며 특정인의 이름과 학교·전화번호 등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정보방에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이름과 사진은 물론이고 연락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거주지, 학교 등 자세한 신상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참여자들 사이에선 또 다른 가해자들의 신상을 요구하는 질문이 쏟아지기도 하고, 가해자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또 다른 대화방 링크가 공유되고 있다. 이들 중 몇몇 참여자는 “이 사람은 전에도 딥페이크 범죄 전력이 여러번 있다”라며 “다같이 전화를 걸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처벌하자”라며 사적제재를 유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이 제시하는 번호와 정보가 진짜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SNS 계정에는 “나는 딥페이크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중 한 명인데, 나는 두 아이 키우는 평범한 주부일 뿐이다. 어떤 경로로 내 아이디가 유출된 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딥페이크 사진. [헤럴드경제 DB]

가해자의 연락처와 비슷한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의 피해도 잇따랐다.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A씨는 “유포된 텔레그램 딥페이크 가해자 신상의 번호가 내 번호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협박 전화와 문자 테러를 당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한 텔레그램 이용자 B씨는 “가해자 정보방에 가짜정보를 말해도 아무런 확인 없이 가해자 정보방에 신상이 올라간다”라며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의 정보를 허위로 올리거나, 가상의 인물을 올려도 신상이 삽시간에 퍼진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적제재를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나섰다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엔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던 유튜버 부부가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한편, 국민의힘과 정부는 현행 최대 징역 5년인 ‘허위영상물’ 유포 등 형량을 ‘불법 촬영물’과 마찬가지로 최대 징역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텔레그램이 서버를 해외에 둔 탓에 국제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해 불법 정보를 자율 규제할 수 있도록 상시 협의하는 핫라인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