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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닭을 죽이면 안 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4시간 동안 도계장 정문 앞에 드러누운 동물권리보호 활동가들에게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도계장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업무방해 혐의를 받은 동물권 보호 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소속 활동가 3명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A씨 등은 2019년 10월,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경기도 용인의 한 도계장 정문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콘크리트가 담긴 여행용 가방에 서로의 손을 결박한 채 도로에 드러누웠다. 이들은 “닭을 죽이면 안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4시간 동안 생닭을 실은 트럭 5대의 운행을 가로막았다.
경찰의 거듭된 경고에도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드러누워 있었다. 소방서에서 출동해 산업용 글라인더 등으로 콘크리트를 해체하는 작업을 한 뒤에야 시위가 종료됐다. 결국 회원들은 도계장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이들은 “정당한 행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법적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더라도, 목적의 정당성·수단의 적합성·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읜 균형성·긴급성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
1심과 2심은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씩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2단독 우인선 판사는 2020년 8월, “설령 피고인들(활동가들)의 행위가 신념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모두 보호가치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형의 이유에 대해선 “동물보호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 변화를 볼 때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은 피고인들과 같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들의 행동 그 자체에 대해 정당성이나 당위성을 부여받기는 어렵다는 점 역시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념에 따라 정당성이 인정되는 범주 안에서 행동한다면 언젠가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피고인들이 대변하고 있는 여름이와 같은 닭의 바램일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수원지법 7형사부(부장 김형식)는 2021년 1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도 정당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2심 재판부는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기업형 축산 시스템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했다는 점에서 목적은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의 적합성 등이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 없어 보충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인들(활동가들)의 행위가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양형이유에 대해선 “업무방해의 방법과 지속시간 등에 비췄을 때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그 행위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점에선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