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 생략했다가 전량 폐기…식품업계, 中 보따리상에 ‘골머리’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중국 보따리상들로 속앓이하고 있다. 이들이 현지에 반입하려는 제품들이 통관 거부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어서다.

30일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對)중국 수출 식품이 현지 통관 과정에서 검역법 위반을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가 식품 통관 부적합(21건) 중 71%(15건)로 집계됐다. 부적합 판정을 받는 이유는 관련 서류 미제출(17건)이나 검사검역 허가 미취득 동물원성 성분 함유(4건)다. 해당 제품은 모두 전량 폐기되거나 반송됐다.

중국에서 관세를 담당하는 해관총서는 ‘입국 동식물 검역 허가증’을 발급한다. 중국으로 수입되는 식품 중 동식물 검역 승인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사전 신청을 통해 검역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내 기업은 직접 자사 제품을 수출할 때 정식 통관 절차를 준수하기 때문에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문제는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현지 중개업자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한국에서 제품을 구입해 현지에서 판매한다. 공인 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식품 검역 등 절차를 제대로 밟기 어렵다.

제조사들은 보따리상이 유통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리스크 부담을 떠안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용 제품을 중국으로 반입해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육포·소시지 등 육류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국가별 통관검역이 중요한데, 보따리상은 임의로 제품을 반입하기도 하고 이를 막을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오뚜기 치즈라면과 해산물라면이 각각 식품첨가물 비타민B2 사용 제한량과 수분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통관 거부 판정을 받았다. 농심 신라면도 4월 검사검역 허가 미취득 동물원성 성분을 함유했다는 이유로 통관이 거부됐다. 모두 보따리상이 받은 사례다. 한 라면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통해 한국용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이렇게 통관 거부가 발생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대로 보따리상이 국내에 검증되지 않은 농식품을 유통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으로 입국 시 관세가 높은 녹두·팥·참깨 등 중국산 농산물을 면세 한도에 맞춰 들여온 뒤 수집상에 판매해 차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아예 세관 감시를 피해 밀수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국내 업체는 정식으로 검증된 농산물을 수입해 판매하지만, 보따리상이 암암리에 유통하는 농산물이 시장을 교란시킨다”고 지적했다.

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단속에 나섰다. 인천본부세관은 올해 6월 한중 여객선에서 밀수 행위가 성행하는 것으로 보고 단속을 벌여 참깨·녹두 등 8종의 중국산 농산물 2.7톤을 국내에 유통하려던 밀수품 수집 업자 3명을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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