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여군 심해잠수사 문희우 대위(진)…머리카락 1㎝남기고 모두 자르며 각오 다져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된 문희우 대위(진)이 '세계최강 SSU' 동상 앞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해군 제공]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해군 최초의 여군 심해잠수사(SSU)가 탄생했다.

해군은 30일 “해난구조 기본과정 수료식에서 문희우 해군 대위(진)가 여군 최초로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며 심해잠수사가 됐다”고 밝혔다.

문 대위(진)는 대학에서 체육학과 해양학을 복수전공했고 지난 2022년 3월 학사사관후보생 132기로 입대했다.

대학시절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수영, 보디빌딩)과 스쿠버다이빙 어드밴스 자격증, 인명구조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물과 친숙했다는 것이 심해잠수사에 도전한 계기가 됐다.

문 대위(진)는 “물에서 남을 돕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바다에서 국가에 헌신하는 해군과 각종 해상재난사고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심해잠수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은 수료율이 50~60%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데 그 과정에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거나 심리적인 부담, 부상 등의 이유로 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된 문희우 대위(진)이 훈련기간 중 20km 뜀걸음을 하고 있다. (가운데 회색 티셔츠 착용)[해군 제공]

1~6주차는 매일 7시간 수영훈련과 주차별 4~9㎞달리기, 해난구조 특수체조 등을 통해 기초체력과 수영능력을 배양한다.

특히 3~4주차에는 해상에서 약 5.5㎞ 맨몸수영과 약 7.4㎞ 핀/마스크 수영훈련을 통해 장거리 수영능력과 해상생존능력을 기른다.

7주차부터는 매일 10㎞ 달리기와 해난구조 특수체조를 통해 체력을 키우면서 고무보트 운용훈련, 스쿠버 잠수훈련을 실시해 기본적인 임무수행능력을 갖춘다.

8~11주차에는 비상탈출과 개인처치훈련, 탐색훈련 등 잠수훈련을 집중 실시하고 약 18m와 39m 자격잠수훈련을 통해 심해잠수사의 기본역량을 배양한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된 문희우 대위(진)이 훈련기간 중 고무보트(CRRC) 운용훈련을 받으며 노를 힘차게 젓고 있다. (가운데 회색 티셔츠 착용)[해군 제공]

문 대위(진)는 이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극복하기 위해 1년 전부터 개인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입교 전에 유튜브에 게시된 해난구조대 기본과정 다큐멘터리를 50번 넘게 봤다”며 “기본적인 교육과정과 일정을 숙지하고 입교했지만 훈련은 상상했던 것 보다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약 1년간 체력단련시간과 일과 후, 주말을 활용해서 달리기와 크로스핏을 꾸준히 했고 수영 강습도 주기적으로 받았다”며 “간절히 염원했던 만큼 입교 자격을 통과하고 교육과정을 버텨낼 수 있도록 사전에 충실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문 대위(진)는 교육 입교 전 어깨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카락을 약 1㎝정도만 남기고 모두 잘랐다.

그는 “머리를 자르면서 꿈꿔왔던 심해잠수사로의 첫 발을 내딛는 실감이 났고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며 “교육과정 내내 짧은 머리를 유지했는데 자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편해서 계속 유지할까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난구조현장에서 남군·여군의 차이를 두고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에 모두 동일한 체력·수영검정 기준을 적용받았다”며 “성별 차이보다는 동기들과 많게는 8살 차이가 날 정도로 교육생 중 나이가 가장 많아 훈련 후 신체회복 속도가 더뎠던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된 문희우 대위(진)이 훈련기간 중 바다에서 핀/마스크 수영을 하고 있다.[해군 제공]

가장 힘들었던 훈련으로는 인명구조 훈련을 꼽았다.

문 대위(진)는 “대학시절 이미 인명구조 자격을 취득해서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는데 해난구조대의 인명구조 훈련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며 “뜀걸음, 체조, 중량물 입영 등 체력을 거의 소진한 상태에서 인명 구조훈련이 시작돼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물도 많이 먹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나 혼자였다면 절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믿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이끌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힘이 되어 준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장교 9명, 부사관 24명, 병 31명 등 총 64명의 교육생이 심해잠수사 휘장을 받았다.

문 대위(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난구조 능력을 갖춘 해난구조전대의 일원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동안 앞이 보이지 않던 미지의 세계를 벗어나 이제는 심해 속 어둠에 적응하고 점차 앞이 보이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근무와 임무수행에 설렘이 가득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된 문희우 대위(진)이 훈련기간 중 구조잠수훈련장에서 잠수 중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생환훈련을 하고 있다.[해군 제공]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한 심해잠수사 중 장교와 부사관은 전문 구조지식 습득을 위해 해난구조 장교과정, 해난구조 부사관 초급반에 각각 입교해 14주간 교육을 이어간다.

이 과정을 수료하면 표면공급잠수체계를 이용해 최대 91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심해잠수능력을 갖추게 된다.

문 대위(진)는 “나에게 심해잠수사란 나침반과 같다”며 “그동안 구조작전 현장에서 전우와 국민을 지켜온 존경스러운 선배 심해잠수사들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인도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나를 보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난구조 전문가로 잘 성장하고 싶다”며 “구조작전 전문가가 되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심해잠수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담보할 수 있는 인정받는 장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SSU)가 된 문희우 대위(진)이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로’ 비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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