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삼성전자 사측과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이르면 10월 초 재교섭에 나설 전망이다.
노사 양측의 교섭 재개 시점이 한 달여 뒤로 잡힌 것은 전삼노의 대표교섭권 및 파업권 상실에 따른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내에는 4노조인 전삼노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는데, 그동안 전삼노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전삼노가 대표교섭권 확보 1년이 된 8월 초까지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어느 노조든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고, 1노조가 29일 교섭을 요구하면서 전삼노는 대표교섭권을 잃게 됐다.
전삼노 관계자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애초 교섭에 나서기로 했던 2노조가 교섭 요구를 철회하면서 집행부 긴급 논의를 통해 1노조가 교섭 요구를 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 밝혔다.
전삼노와 1노조는 통합을 선언했으나, 관련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1노조의 교섭 요구가 가능하다는 게 전삼노 측의 설명이다.
동시에 전삼노는 파업권도 잃었다. 1노조의 교섭 요구는 전삼노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파업권과 교섭권을 잃더라도 1노조와 우호적 관계인 데다, 3만6천명 규모의 전삼노가 대표교섭권을 다시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전삼노는 대표교섭권을 재확보하기 위해 다른 노조와의 연대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 등을 감안하면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사의 교섭 재개 시점으로 10월 초가 지목되는 이유다.
전삼노는 "다른 노조로부터 이의가 발생하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없다면 단일화 절차 후 10월 1일부터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10월 1일 이후 교섭을 진행해 파업권을 다시 가져오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삼노가 그동안 진행해온 게릴라 파업 등 쟁의행위도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는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의 만남도 시사했다.
전삼노는 "한종희 부회장이 오늘 노사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는 노조와의 만남에 흔쾌히 응하겠다는 약속으로, 곧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이날 DX 임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DX 커넥트 타운홀 미팅'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임직원 모두 상생하는 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