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폐기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확대법’…이슈 되자 12건 ‘우후죽순’

국회 본회의장.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되자 여야가 관련 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성범죄에 이용된 딥페이크 영상을 유포한 사람 뿐 아니라 시청한 사람도 처벌토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이미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전 국회에서도 딥페이크가 성범죄를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은 갖고 있었으나 입법 성과를 내지 못해 사전 예방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안 내용에 ‘딥페이크’ 혹은 ‘허위영상’이 명시된 성범죄 방지 관련 법안은 18건 발의됐다. 이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12건으로 국민의힘에서는 조배숙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칠승·김한규·김남희·서영교·이수진·이연희·이해식·임오경·정준호·한정애·황명선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성범죄에 이용된 딥페이크 영상을 소지·구매·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물은 반포·판매·임대한 자 뿐 아니라 구입하거나 소지한 자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허위영상물의 경우에는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대해 “처벌되지 않은 행위들을 추가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서 배포할 목적으로 만드는 경우를 처벌한다. 여기저기 뿌릴 목적으로 만드는 경우만 처벌하도록 돼 있다 보니 ‘내가 보기 위해서 만든 거다’, ‘나는 단순히 구입만 했다’, ‘구입해서 나는 보기만 했다’ 이런 부분들을 사실 현행법상 처벌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불법 촬영 동영상물들은, 몰카라고 하는 것들은 그런 행위도 다 처벌하고 있다”며 “딥페이크는 처음에 법을 만들 때 피해가 그렇게 크겠느냐는 생각에 아마 영리 목적으로 만들어서 대량 배포하는 행위만 처벌하려고 했던 게 처음 법의 취지인데 이제는 양상이 달라져서 일반 이용자들도 보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된다는 인식을 하게 해야 된다라는 생각에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냈다”고 부연했다.

정부·여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모두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 처벌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각에선 늦장 대응에 나선 국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이미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기 때문이다. 권인숙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올해 5월 29일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타인의 의사에 반하는 허위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이 법안 역시 21대 국회 당시 박성중 전 국민의힘 의원이 냈던 법안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로 넘어간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도 지난 국회에선 같은 당 배현진 의원이 발의했었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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