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대기업집단 5곳 중 1곳이 성과 보상 등을 목적으로 총수나 친족·임원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
조사 대상은 올해 5월 기준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88개와 그 소속 회사 3318개사다. 이번 조사에서는 주식지급거래 약정 체결 현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총수(동일인)·친족·임원에게 성과 보상 등 목적으로 주식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17곳으로 전체의 19.3%를 차지했다.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신세계, KT, 카카오, LS, 두산, 네이버, 세아, 에코프로, 두나무, 아모레퍼시픽, 크래프톤, 대신증권, 한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체 약정 건수는 41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을 받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이 147건으로 가장 많았다. 통상 단기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약정인 스톡그랜트(140건), 연봉의 일정 비율을 주식으로 지급한 뒤 성과 목표에 연동해 최종 지급액을 정하는 성과조건부 주식(PSU)(11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집단별 계약 체결 건수는 SK가 2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두산(36건), 에코프로(27건) 등의 순이었다. SK는 소속회사 219곳 중 24개사에서 임원 231명에게 스톡그랜트, PSU 등을 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수 있는 집단의 내부지분율 변화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기업집단별로 지급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주식 지급 조건은 ‘10년간 고의의 중대한 손실이나 책임 미발생’(한화), ‘일정 기간 재직’(신세계·카카오·에코프로·두산 등), ‘기업공개’(SK) 등으로 다양했다. ‘주가 증감률’(SK·네이버) 등 성과에 연동해 최종 주식 지급 규모를 결정하는 약정도 있었다.
대기업집단 7곳은 총수·친족과 주식 지급 약정을 체결했다. 한화·LS·두산·에코프로·아모레퍼시픽·대신증권·한솔 등이다. 이중 한화·에코프로는 총수 2세에 RSU를 부여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61.4%로 전년(82개·61.7%)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내부 지분율은 계열회사의 총 발행주식 중 동일인·친족·계열회사·비영리법인·임원 등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을 말한다.
총수 지분율은 7.3%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이중 총수가 있는 집단(78개)의 내부 지분율은 61.1%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총수일가 지분율(3.5%)은 전년보다 0.2%포인트 감소한 반면 계열회사 지분율(54.9%)은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한국앤컴퍼니그룹(44.4%), 소노인터내셔널(35.6%), KCC(35.1%), 크래프톤(31.0%), 농심(28.7%) 등이었다.
총수는 77개 집단의 314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균 지분율은 8.2%였다. 총수있는 집단의 계열회사 평균 지분율은 54.9%로 전년(54.7%)보다 0.2%p 상승했다.
총수있는 집단 중 48개 집단의 85개 공익법인이 138개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평균 지분율은 1.15%였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78개 집단 939개사로 전년(72개 집단 900개사)보다 39개사(4.3%) 늘었다.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이거나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회사들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총수일가 평균 지분율은 16.73%로 전년보다 0.24%포인트 감소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수준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 계열회사의 지분참여 등을 활용한 내부지분율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외계열사, 공익법인 출자 등을 통한 간접적인 지배력 유지와 강화사례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국외계열사와 공익법인, 주식지급 약정 등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