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 무기로 러 비행장 타격하게 해달라”…서방 압박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8월 3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의 깊숙한 곳에 있는 비행장 등 군사 목표물 타격을 허용해달라고 미국 등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야간 영상 연설을 통해 전날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의 공중 유도 폭탄으로 6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쳤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더 많은 공격이 있을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러시아군 비행장과 기지, 러시아의 테러 병참을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파트너들과 매일 얘기한다. 설득한다. 우리 주장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하늘에서 러시아의 공중 유도 폭탄을 제거하는 것이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하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을 향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국민을 진정 완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장거리 (타격) 능력과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포탄과 미사일에 대한 (러시아 본토 군사목표물 공격) 승인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날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에서 미 고위 당국자들과 만난 후 나왔다.

대표단을 이끈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도시 공격에 이용된 러시아 비행장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있다며 타격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메로우 장관은 “러시아의 테러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미국 측에) 설명했으니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9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쟁 승리 계획을 제시하고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할 때 러시아 본토 타격 필요성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500억달러(약 67조원) 이상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지만, 이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 등을 우려해 무기 사용은 우크라이나 영토와 국경 방어 작전으로 제한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