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벨루가. 2019년 4월 노르웨이 북부 해양에서 처음 목격될 당시의 모습이다. [EPA]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산 장비를 벨트에 찬 채 목격돼 러시아 스파이일 것이란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흰돌고래(벨루가)가 노르웨이 바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가디언, AFP 통신에 따르면 '발디미르'라는 별명으로 불린 흰돌고래의 사체가 전날 노르웨이 남서쪽 리사비카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발디미르(Hvaldimir)는 노르웨이어로 '고래'(Hval)에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이름을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당시 낚시를 하던 한 부자(父子)가 흰돌고래 사체가 떠다니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발디미르는 크레인으로 가까운 항구로 옮겨져 전문가의 부검을 거칠 예정이다.
발디미르를 지난 3년 간 모니터링해 온 단체 '마린 마인드'의 창립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정말 끔찍하다"며 "8월 30일에만 해도 발디미르의 상태가 좋아 보였는데 무슨 일이 있어난 건 지 알아봐야한다"고 말했다.
스트란드는 초기 검안에서 눈에 띄는 부상은 없었다면서 부검을 통해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흰돌고래의 수명은 40∼60년으로, 발디미르는 14∼15세로 추정됐다. 몸길이는 4.2m, 무게는 1천225㎏으로 추정됐다.
발디미르는 2019년 봄에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액션캠을 끼울 수 있는 홀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로 표시된 띠를 부착하고 있었기에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발디미르는 노르웨이 해안가에 자주 목격됐다. 이내 이 벨루가가 매우 온순한 성격이며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손 신호에 반응한다는 게 확인됐다. 이런 행동 특성으로 미뤄 발디미르는 러시아에서 장애아 정서 치료 같은 치료 목적으로 이용됐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발디미르와 관련해 그동안 러시아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마린 마인드는 페이스북에 낸 추모사에서 "지난 5년간 발디미르는 수만 명에게 감동을 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줬다"며 "발디미르는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