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휴전하라” 이스라엘인 분노…70만명 몰린 총파업

2일(현지시간) 저녁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인질 석방을 위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이스라엘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발견되자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를 압박했다.

2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저녁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미국 CNN 방송에 적어도 70만명이 시위에 나섰으며 텔아비브에서만 55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시위 규모가 텔아비브에서 약 30만명, 전국적으로 50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텔아비브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며 그의 대처를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피살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질 가족들은 "휴전 협상이 지연되면서 인질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고 공감 능력은 없다고 비판했다.

예루살렘에서는 시위대가 총리실을 에워쌌다.

회원 80만의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는 휴전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2일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히스타드루트가 이끄는 총파업 개시에 맞춰 인질 가족이 참여하는 시위대가 텔아비브 등지의 주요 교차로 10여곳에서 거리를 봉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와 인질 석방의 의미를 담은 노란색 깃발, '죽음의 정부에 반대한다'고 쓰인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총파업에는 운송, 유통, 행정 등 분야 주요 노동단체가 가담했다.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노조는 2일 오전 8시부터 공항 운영을 중단했다.

여러 버스회사와 텔아비브·예루살렘 경전철 운영사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에 차질이 빚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치원이 문을 닫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수업이 오전으로 단축됐다.

총파업은 2일 오후 6시까지 예정됐으나 이스라엘 노동법원이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정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히스타드루트에 오후 2시30분까지 파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재판부는 "이번 파업은 정치적"이라며 "인질들이 살해된 것과 경제는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히스타드루트는 법원 결정을 수용했지만,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파업이 아니라 인질 구출이 중요하다"며 대정부 시위가 이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파업 중단 후에도 수천명이 총리 관저 앞으로 몰려가 저녁 늦은 시각까지 시위를 벌였다.

1일(현지시간) 저녁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

정권 내부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1일 내각회의에서 "나는 부상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고 배웠다. 이건 도덕적 수치다"라고 비난하며 "인질이 살아있기를 바란다면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악의 축(이란과 대리세력)이 필라델피 축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영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째 거센 반대 여론을 마주하고서도 필라델피 회랑에 군 주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외신들은 전례 없는 규모의 이 같은 시위가 가자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이번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히스타드루트는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정비 입법에 반기를 들었던 갈란트 장관을 해임하려 했을 때도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결국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텔레그래프도 이번 인질 피살과 시위가 휴전 협상은 물론 네타냐후 연립 정부의 전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비극이 어떤 면에서는 1972년 발생한 뮌헨 올림픽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며 "향후 수년간 이스라엘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입장이 여전히 확고하지만 그가 정치적 생명 연장을 기대고 있는 연정은 취약하다며 갈란트 장관이 사임하거나 시위가 더 격화된다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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