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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피고인이 별도의 사건으로 또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정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사기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의 소송 절차를 지적했다. A씨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한 것은 잘못이라며 다시 재판하도록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께 소개팅 앱에서 만난 피해자에게 수십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그는 소방관이 아닌데도 소방관 제복을 입고 피해자를 만나거나, 위조된 공무원증 사진을 보내는 등 신분을 사칭해 교제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형적인 로맨스스캠(연애를 빙자한 사기)이었다.
A씨에겐 다른 혐의도 있었다. 앞서 2019년께 별도의 사건인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5년 2개월을 확정받았다. 해당 형은 사기 혐의에 대한 1심 공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 집행 중인 상태였다. 그런데 1심은 A씨가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된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지난해 7월,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1-1형사부(부장 이현숙)도 지난 5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상 ‘구속된 피고인’을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경우 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채 별건으로 재판받는 경우도 포함해서 해석했다.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를 변경해 위와같이 해석한 것에 대한 영향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구금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제약 등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이 크게 제약된다는 실질이나 국선변호인의 선정이 요청되는 정도는 구금의 이유나 상황과 관계없이 모두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법원은 “해당 판결의 취지에 따라 구금 상태에 있던 피고인의 1심이 변호인 없이 이뤄졌다면 위법해 모두 무효”라며 “항소심(2심)은 위법한 1심 판결을 깨고, 2심에서 진술 및 증거조사 등을 다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앞서 판결로 형 집행 중에 있었음에도 1심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했다”며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낸다”고 결론 내렸다.